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영 Mar 07. 2024

32) 베가드발카세 - 오세브레이로(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15.일


짧은 거리였지만 제일 힘든 구간이었다. 산길에 급경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안개. 오세브레이로가 높아서 운해를 보기 좋다는데. 나는 그 운해 속을 걷고 있었다.


운해 속을 걷고 걸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건 나만큼이나 걸음이 느리던 남미 아저씨가 있었다. 모든 마을 바르마다 다 쉬던 분이었다. 나보다는 먼저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나에게 말을 걸며 자신의 자리를 비켜 의자에 앉게 해주고. 일찍 온 우리를 알베르게(공립) 자원봉사자 분이 샤워 먼저 하라고 문을 열어줬는데. 이런 내용도 나에게 다 전달해주었다. 나는 가방 풀었다 다시 싸고 하는 게 귀찮아서 베드 배정 받고 씻으려고 그냥 있었다. 아저씨는 어디서 왔냐고 믇고 한국이라고 하니까 서울 뱃지를 보여주며 까미노에서 만난 한국 소녀가 줬다고 했다. 침대 배정을 받고 보니 아저씨가 1층 내가 2층이었다. 침대가 많이 흔들렸는데. 2층에 올라가면 되도록 많이 움직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씻고 나와 배가 너무 고파 찾아간 식당. 갈라시안 스프와 갈라시안 스테이크와 와인을 주문했다. 기본으로 나오는, 그러나 돈은 받는 빵은 주문하지 않았다. 빵에 좀 물려가던 때였다. 음식이 나오고 갈라시안 스프는 좀 짰다. 나를 계속 보던 직원 아저씨가 빵을 가져다 줬다. 빵를 스프에 찍어 먹으니 먹을 만 했다. 또 갈라시안 스테이크는 여태 먹은 중 최고였다. 너무 허기진 상태여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근처 슈퍼에 갔다. 슈퍼는 비밀 요새 같이 생겼는데. 할아버지들이 한 켠에서 한 잔 하고 있었다. 물건을 고르고 계산를 하려는데.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렇지! 하는 제스쳐의 할아버지. 뭔가 나를 두고 어디서 왔는지 내기했나보다. 그리고 아마도, 한국에 대해 또는 자신이 아는 동아시아에 대해 신나게 떠드신 할아버지들.


알베르게에 들어와 짐 정리를 다시 하고 공용 주방으로 가서 새우깡과 슈퍼에서 산 과일주를 먹었다. 과일주는 이름이 산티아고 이길래 그냥 사봤다.


그러다가 한국인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를 만났는데. 두 분 연세에 정말 감동했다. 80대 초반, 70대 중반이신 두 분은 몇 년을 준비해서, 산티아고 관련 책만 다섯 권 읽으시고. 생장에서 받은 전구간 알베르게 목록 종이 한장으로 여기까지 오셨다. 두 분은 어플도 왓츠앱도 할 줄 모르셔서. 공립이나 베드가 많은 알베르게로 일단 배낭을 동키 보내고 가셔서 숙소를 잡으셨다. 그러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다.


어플 깔고 사용법 알려드리고(그 후에 잘 쓰셨을지 모르겠다 ㅠ) 다음 마을 알베르게에도 전화해서 대신 예약 잡아드렸다.


할아버지는 책 한 권에 필요한 내용 적으면서 다니셨는데. 두 분 다 신자셨고, 나의 호의에 고마우셨는지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가셨다.


그리고 미사. 미사가 7:30인줄 알고 성전 구경하려고 조금 일찍 갔는데. 갔더니만 이미 미사 중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순례자 기도를 하는데. 여기서는 노란 화살표가 그려진 돌을 받았다. 이곳에 계시던 신부님이 순례자를 위한 노란 화살표 창시자였다. 그리고 이어서 신부님께서 ‘울뜨레이아’와 ‘수세이아’에 대해 말씀하셨다. ‘울뜨레이아’ 내가 이해한 바로는, 길 그 자체인 것 같다. 길은 어디로든 나 있다. 내가 정한 고정 목적지, 방향성, 방법 등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로든 나 있는 길. 그러니까 그 길은 내가 걷고 있다는 것으로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다. 길을 걸으며 많이 느꼈다. 어떤 때는 내가 산티아고로 가는 중이라는 사실도 잊는다. 한 마을에서 한 마을로의 이동만 반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길은 계속 된다. 그러한 길이 하느님께 향하는 것이 ‘수세이아’라고 이해했다. 내가 계속 그 길 위에 있고, 길을 걸어간다면 하느님께 향해갈 수 있다.


미사를 마친 후 기념품 가게에서 세례명인 기념품을 하나 샀더니 한국국기와 까미노 조개가 같이 있는 뱃지를 선물이라고 줬다. 작은 기쁨


하루 마무리는 다시 만난 까미노 동지들과 수다로 마무으리! 인사만 나누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수다는 멈출 줄 몰랐다. 밖에 나오니 안개가 더 짙어졌다.






짙은 새벽, 흐린 날 걷기 시작



사진으로 담기지 않은, 구름 속 걷기



오세브레이로 도착, 아끼던 새우깡을 꺼냈다



미사, 화살표, 울뜨레이야, 수세이야



https://maps.app.goo.gl/FGhPa1LnbEspRG8G7


https://maps.app.goo.gl/tFSk3UL8NuQmn7BB7


https://maps.app.goo.gl/Fcd7PQnpQshqPBvR6


https://maps.app.goo.gl/mT6kizsRu4ZiZSPc9


https://maps.app.goo.gl/YDRhRHi1MoLxFPgc7










매거진의 이전글 31) 비아프랑카 - 베가드발카르세(2023.1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