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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Sep 16. 2024

루르드에서의 쉼을 마치고, 생장으로 떠나는 아침1

23년 9월 14일 루르드 출발 생장 도착


  루르드에서의 쉼을 마치고, 생장으로 떠나는 아침. 호텔 여주인인 마리아는 아이 등교를 위해 먼저 떠난 후였다. 마리아의 아버지가 루르드 기차역까지 차로 데려다준다고 얘기해 둔 터였다. 걸어서도 금방일 것 같은 거리를 커다란 배낭 때문인지, 루르드 역까지 차로 태워다 주었다. 루르드 역에서 마치 몇 주 후 다시 볼 사람처럼 인사를 나누고, 마리아의 아버지는 기차역 가판대에서 신문을 하나 사 들고 떠났다. 일 년이 지나 이 글을 쓰면서야 든 생각인데, 마리아의 아버지... 성함을 여쭤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기차역에 혼자 남은 나는 그제야 조금씩 배낭 하나 매고 낯선 땅에 나 혼자 있구나 싶은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설렘이 조금 더 큰 긴장감이었다. 루르드에서 생장까지 한 번에 가는 기차는 없었다. 1회 환승과 2회 환승이 선택지인데, 둘 다 바욘에서 갈아탄다. 바욘에서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1회 환승은 기차 시간이 애매하게 일렀다. 그래서 두 번 갈아타더라도 조금 더 자고 가자 싶어서, 퍼, 바욘 2회 환승 차편으로 끊었다.


  루르드 역에서 우선 퍼까지 가야 했다. 여기서는 생장으로 가는 사람을 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순례객보다는 배낭여행객처럼 있었다. 순례객이냐, 배낭여행객이냐가 겉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나 혼자, 마음가짐이 그러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커다란 배낭을 멘 동양인 남성을 보았다. 혹시, 순례객인가? 한국인인가? 선뜻 물어보지는 못하고 곁눈으로 살피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화장실 가려 일어나던 차에 정면으로 딱 마주쳤다. 냉큼 ‘혹시 한국인이세요?’ 역시 한국인이 맞았다. 게다가 순례객도 맞았다. 그분은 바욘까지만 간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냅다 배낭을 좀 봐달라 부탁을 하고 화장실부터 다녀왔다. 혼자 다니는 길에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화장실에 가는 건 제일 고역이다.



  기차를 기다리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야간기차를 타고 루르드로 왔다고 했고, 내가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하니 신기해했다. 그리고 곧 기차가 왔고 지정좌석제가 아니어서 우리는 편히 앉아 마저 수다를 떨었다. 퍼(Pau) 역에서 내려 다음 기차를 기다리다 또 한국인 여성을 만났다. 마찬가지로 순례객이었다. 그녀 역시도 야간기차를 타고 루르드로 왔으며 오늘은 바욘까지만 간다고 했다. 얼떨결에 두 사람은 바욘 동행객이 되었다.


  바욘역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곧바로 숙소로 가도 되었지만,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았고 또 나의 생장행 기차 시간도 남아서 우리는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두 사람은 파리에 도착해서 곧바로 야간기차 타고 온 터라, 아직 이곳의 식사가 낯설었다. 루르드에 머물렀기는 하지만 내내 숙소에서 주는 밥만 먹었던지라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브레이크타임이어서 더욱 식사할만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찾은 ‘카페 폴’ 예전에 런던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괜찮으면 저기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요기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흔쾌히 같이 가 주었다. 그리고 다가온 나의 생장행 기차 시간, 두 사람은 고맙게도 기차역까지도 함께 와 주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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