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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Sep 17. 2024

루르드에서의 쉼을 마치고, 생장으로 떠나는 아침2

23년 9월 14일 루르드 출발 생장 도착


  기차역에 도착해서 보니 기차가 버스로 대체되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리고 주차장에는 버스가 있었고, 버스에 오르려고 하니 기사님이 아주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손짓까지 하며 ‘놉!’ 하고는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같이 타려고 버스 출입문 앞에 몰려들었던 배낭을 멘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이 멘붕에 빠졌다. 다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 역무원으로 보이는 이에게 물어보니 버스는 곧 온다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바욘까지 함께 왔던 두 사람은 곧 숙소 체크인 시간이 되어 인사하고 얼른 보냈다. 나중에 길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인사를 했던 것 같다. 사실 갑자기 떠나버린 버스에 놀라서 그들과 어떻게 헤어졌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된다.


  여러 순례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슨 일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냅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한 대요? 그는 여기 모인 이들과 우버를 불러서 생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말투가 조금 달랐다. 한국인이 아닌가? 조금 의아했지만 그때는 그런 걸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생장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니까. 우버를 타기에는 머뭇거려졌다. 나에게도 같이 타겠느냐 물어봤지만 나는 조금만 더 알아본다고 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물어봤다. 다행히 그녀는 버스는 곧 또 올 것이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승무원에게 정확하게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명쾌한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낯선 땅, 낯선 말 사이에서 명쾌한 모국어가 마음을 안심시켜 준 것이다.


  이 사실을 아까 전에 한국인 남성에게 알려주려고 보니 이미 그들은 우버를 타러 떠난 뒤였다. 어찌 됐든 길에서 다시 만나겠지 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그렇게 생장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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