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7_벨로라도-(버스점프)-부르고스
버스 점프하는 날, 혹시나 버스를 놓칠까봐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정류장으로 갔다. 다행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벨로라도와 부르고스 라인이 순례길에서 버스점프하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스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아저씨는 두 번째 순례길이라 능숙한 것이 많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오셨고 나에게 한 잔 주셨다. 나 역시 말동무 뿐만 아니라 버스 탑승에 대해 안심 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끌차 할머니를 만났다. 첫인상은 대단한 할머니였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달라지게 될 인상이었지만.
끌차 할머니는 사연을 가지고 순례길에 오셨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배낭을 멜 수 없어 시장에서 끄는 손수레 같은 것에 짐을 끌고 다니셨다. 이번에 두 번째 오는 길이라고 하셨다. 길에서 한국인들과 다른 순례객들의 도움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계시다고 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우리는 같은 부르고스에서 내렸다.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는 크지만 또 큰 도시인만큼 치열하다고 했다. 파스 아저씨 말로는 입구에 배낭줄을 세워두면 된다고 했다. 나와 파스 아저씨와 끌차 할머니는 각자의 짐을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 앞에 줄 세워두고 간단한 아침을 먹으러 바르에 갔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할머니가 불편하기 시작했다. 먼곳까지 힘겹게 오신 분인데 내가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나 하는 마음과 이곳이 스페인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장소를 바꿔두고 생각해봐도 참 무례한 분이시다는 생각이 오고 갔다. 그래서 파스 아저씨가는 괜히 죄송한 마음을 가지며, 아침 식사만 같이 하고 나는 먼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