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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Jul 11. 2022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내의 도전기: 남편이 원하는 답을 찾아서.

“나는 퇴직하는 게 정말 얼마 안 남았다고 느껴져. 난 퇴직하면 뭘 해야 할까?”    

 

바로 이 질문이 그때 남편에게 가장 큰 고민이었고 나에게 던지는 최고의 난제였다. 정말 머리를 짜내어서 답을 찾아서 대답을 해봐도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었다. 내가 답을 할 때마다 더 심각하게 화가 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럼에도 집에 올 때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알았다. 원하는 답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무엇일까? 마치 동화 ‘룸펠슈틸츠헨’의 이름 맞추기 퀴즈 같았다.  

   

남편과 이혼할 뻔했던 우리 결혼 생활의 암흑기가 있었다. 

이 암흑기 때에는 남편을 보면 무섭고 도망이 가고 싶었더랬다. 남편 뒤로 검은 아우라가 나오는 듯했다. ‘나는 너에게 화를 내고 싶다.’라고 속삭이는 아우라였다. 당시에 남편은 이전보다 훨씬 편한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남편이 흑화 된 이유를 몰랐다. 알고 보니 그곳은 몸만 편하고 정신적으로는 더 고통스러운 곳이었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마음이 편한 게 최고다. 이때의 남편은 자신이 퇴직한 후에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자꾸 자신의 퇴직 후의 삶에 대해 자꾸 나에게 물었던 것인데, 나는 굉장히 열심히 검색도 하고 지인들에게 물어도 보면서 현실적인 답을 해주었었다. 그러나 남편이 원하는 답안은 그것이 아니었으니.    

  

나는 백방으로 답을 찾다가 결국 물어봤다. 

“오빠, 오빠가 하고 싶은 건 뭔데?”

그랬더니 남편이 대답했다.

“여태껏 힘들게 일했으니 다 때려치우고 놀라고 할 줄 알았지. 지금이라도 쉬라고.”     

아. 그게 정답이었구나. 진작에 답을 미리 얘기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뒤늦게 답을 안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래도 그렇게 얘기했다가 정말 때려치우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는 뒤늦게야 남편이 원한 것은 감정적 지지이지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남자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원한다기에 노력해서 찾은 답들이었구먼.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지는 법.    

 

암흑기는 절정을 지나서 결국 화해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이제 나는 우리 집의 남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오빠, 오빠는 내 눈에는 장동건보다 훨씬 잘생겼어.”

“윤군아, 티브이에 나오는 저 잘난 아들 백 트럭을 줘도 난 너랑 안 바꿔.”

이 말들의 진의를 의심하는 지인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이 말들은 나의 진심에서 나온 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장동건 씨가 나를 만나게 될 일이 없지 않은가. 나랑 상관없는 남자보다 내 옆의 남자가 잘생기고 소중한 것은 인지상정. 티브이에 나오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아무리 잘생기고 잘나도 걔네들은 자기 엄마 아빠가 있다. 나랑 상관없는 것은 나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엄마, 백 트럭 있으면 우리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겠다.”

“그래, 백 트럭의 사람들로 한 번 건설을 시도해 보면 좋을 듯.”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그러나 남자들에게는 여자들의 답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울 듯싶어서 미리 정답을 공개해 주었다. 

“저 연예인이 예뻐, 내가 예뻐?”

답은 정해져 있기에 두 남자는 일 초도 생각하지 않는다. 기계적인 반사신경이다.

“당연히 너지.”

“당연히 엄마지.”  

   

역시 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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