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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떫음 Sep 07. 2022

潛水_

떫소리_2021. 6. 26

내 맘이 내 마음이 아니야

말처럼 쉽진 않잖아

그 노래 구절만을 반복해서 불러본다. 백예린의 음색이 차분하며 우울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청아한 느낌이 좋았지만, 그 가수의 노래를 주구장창 듣기 시작한 건 아무래도 역시, 올해 4월 즈음부터였다.

친구들은 말한다.

너처럼 열심히 사는 것도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데. 라며.

나는 그런 위로와 격려를 들을 때마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듯 하지만, 역시 다시 혼자가 되어버리면 다시 깊은 바다에 잠긴다. 무엇도 보려고, 듣지도, 하지도 않으려 아무도 모르게 그 속에 잠겨 눈을 감는다. 나의 Blue. 나의...우울.

종강을 마치면서 오히려 더 바쁘게 산 것만 같다. 너무나 고맙게도 시간과 돈을 써 나를 만나러 서울까지 와주는 친구들이 있었고, 친구들 외에도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꽤나 많았다. 분명 4월의 나보다 훨씬 에너지가 차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역시 나는 사람을 만나면서 여유도 부리고, 색다른 대화를 나누고, 그를 알고 나를 보여주고 의사소통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가보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되는 순간, 내 세상은 무섭게도 차갑게 변해버린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며 계속해서 배우고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를 아직 익으려면 한참 멀은 '떫은 감' 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면서, 이대로라면 죽기 직전까지도 떫지 않을까 싶다.

정작 제 '마음' 도 모르는 주제에, 남을 읽겠다고 아등바등대는 꼴이라니. 이 글을 쓰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내가 당장에 무얼 하고 싶은 지도, 무얼 위해 무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방황하는 나라는 사람은 객관적으로 보면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 보다는, 얼마나 피곤하게 사냐, 라고 말해주고 싶을 것만 같다.

헌데 나는 이미 법적인 나이로 이 국적에 성인이 되어버린 지도 오랜데, 이게 정체성이 잡힌 게 아니라면 큰일이다.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시작했던 스터디.

대낮부터 블라인드 치고 어둡게 해놓고, 프로젝터를 켜서 애니메이션이나 주구장창 보다가 옆집이 이사를 왔는 지 시끄러워 죽겠어서 벽을 좀 쿵쿵 쳐보다가 한숨쉬며 욕을 내뱉어보거나 그러다 심심하면 노트북 전원을 키는데, 막상 켜도 달리 할 건 없다. 아니, 어쩌면 할 일은 많은데 내가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카톡 메세지가 뜨길래 밀린 답장이라도 해야 할까, 하며 힘없이 화면을 켰을 때 어제까지만 해도 기억하던 오늘의 스터디 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아무리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지, 싶어 2시간 전이었지만 일어나 앉아 또 노트북을 켰다. 여전히 하고 싶은 건 생각나지 않는다. 글도 쓰기 싫다. 생각을 안하는데 글이 써지겠는가. 그 때 문득 떠오른 가사를 흥얼거렸다.

내 맘은 내 마음이 아니야

말처럼 쉽지가 않아

그 구간만 반복해서 부르다 나는 잠깐 멈추고 노트북 화면만 가만히 응시했다.

왜 그래, 어제까지도 놀았잖아.

무얼 바라는 걸까.

명예

내가 추구하는 요소들이 충족되면 난 더는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때에도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까?

나에게 있어서 느껴지는 어떠한 '결핍'이, 내가 예술을 하게끔 이끌어주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렇게 내 감정이 알아서 움직이는 걸 지독하게도 예민한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왜 자꾸 쓸데 없는 생각을 해서 걱정을 하고 시도도 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가 자책하며 우울해지는 걸 반복하느냔 말이다.

아무래도 지금 쓰고 있는 글은 피곤하거나 머리를 정리하려고 쓰는 글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키고자 하는 바램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어제 만났던 친구들로부터 값지고 고마운 말들과 경험을 받았다. 그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일기장에 바로 붙이지 않고 일기장 뒤의 빈백에 잘 보이게 끼워두었다. 아마 난 어제를 잊지 않을 거야. 너희들도 그러기를. 내가 심해에 잠기지 않고 파도를 일으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걸 멋있게 말해준 친구들, 그리고 그 따뜻한 순간.

한동안 나의 원동력이 될 기억이었다. 그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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