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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스러운 곰 Apr 03. 2019

작품이 원작과 만나는 시간.
셰이프 오브 워터

셰이프 오브 워터(Shape Of Water) : 사랑의 모양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저  Daniel Kraus / Guillermo Del Toro




                           Topic1. 소설과 영화에서 인물의 차이


                                                          [엘라이자]



영화에서는 주인공 엘라이자의 물질적 욕망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녀를 수수하고 순순한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보다 내면의 진실된 사랑을 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나타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소설은 그녀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에서 이렇게 나옵니다.



엘라이자는 언제나 아주 돈이 많으며 주위에 많은 남자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구두가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란 말을 듣는다.


소설에서 그녀는 예쁜 구두를 신으면 거리를 미끄러지듯 활보하는 느낌을 받으며 춤도 잘 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버스를 타러 가는 길가의 구두가게에서 예쁜 구두를 보면 이 가게의 사장은 아주 예쁘고 멋있는 여성이며 자신도 그녀처럼 되고 싶다고 상상을 펼쳐나가기도 합니다, 



(좌) 마음에 드는 듯한 구두를 보고 가는 장면                                                            (우) 엘라이자의 구두닦이


이렇듯 영화에서는 엘라이자의 욕망을 최대한 절제한 체 은은하면서도 은연중에 드러냅니다. 

심지어 그녀 내면에 있는 진실된 사랑에 대한 갈망조차 숨긴 체로 말이죠!


소설에선 엘라이자가 마음 한편으론 남자를 만나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쉽게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과거 남자들은 그녀의 장애를 이해하지 않고 오직 편견으로만 그녀를 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녀의 성장 배경을 보면 어릴 때 보육원에 길러져 그곳 선생님들로부터 역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상처조차 있는 그대로 감싸 안아줄 진실된 사랑을 원하고 있습니다.



                                                            [스트릭랜드]



영화에서의 스트릭랜드는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인물입니다. 마치 달리는 성난 황소처럼 자기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박고 지나갈 것 같습니다. 냉혈한이란 바로 저런 캐릭터를 얘기할 때 쓰는 말인 듯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과한 언행을 했을 때 혹시 다른 이들이 뒤에서  자신을 비웃으며 놀리지 않을까 부끄러워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그러한 모습은 진짜 자신이 아니며, 언젠가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좌) 스스로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장면                                             (우) 똥닦게·오줌닦게라며 막말을 거리낌없이 쓰는 스트릭랜드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상반된 두 가지 성격의 배경에는 바로 죽음과 전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Topic2. 소설과 영화의 내용상의 차이




Fact1. 소설에서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인물 사이 연결점이 존재한다?


영화는 2시간 정도의 한정된 시간 안에 내용을 완성도 있게 구성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필요 없는 장면을 과감히 삭제할 수도 있고 또한 필요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줄여야만 하는 경우도 있죠. 


이 영화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히 원작 소설을 통해 영화에서는 미처 다 알 수 없었던 재미있는 관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스트릭랜드의 아내로서 등장하는 레이니입니다. 




영화 중반부에 보면, 엘라이자의 옆집에 사는 자일스가 자신의 그림을 들고 친구 버니가 있는 회사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광고회사라고 소개되는 이 회사는 예전에 자일스가 일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스트릭랜드가 새로운 지역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사를 하게 된 것까지는 나오지만 그 후로 가족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레이니는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게 된 지역에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카페에 혼자 있던 레이니에게 버니는 추파를 던질 겸 계약직으로 안내 데스크 일을 제안하게 됩니다. 삶의 의욕이 없고 무료해진 레이니에게는 좋은 기회였죠. 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을 사게 해 결국 레이니는 자신의 남편에게 목을 졸리는 사태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토리 후반 부에 보면 부두가 나옵니다. 바로 물고기 신을 풀어주기 위한 그 장소입니다. 최종 날 전까지 엘라이자는 상황을 몇 번 정도 점검하러 나왔는데요. 우연히 이곳에서 가족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비애에 젖어있는 레이니와 마주치게 됩니다. 둘은 사실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고 슬픈 감정을 읽게 됩니다.






Fact2. 스트릭랜드는 사실 6.25에 참전한 미군이었다?



스트릭랜드는 상하관계에 엄격한 인물입니다. 아래로는 명령을 내리기 좋아하고 위로는 호이트 장군에 복종하죠. 단순히 영화만 본다면 그의 배경을 알 수 없기에, 그저 그가 군인정신이 너무 투철해서 호이트에게 쩔쩔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만으로 그런 추론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좌) 스트릭랜드                                                                            (우) 호이트 장군


이 소설의 배경은 60년도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국과 소련의 세력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전쟁 후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스트릭랜드는 한국전쟁 때 피란민의 후퇴 임무를 수행하던 호이트 장군 부대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그는 그저 전쟁에 참여한 용감한 군인이었을 뿐이죠.




그러던 어느 날 스트릭랜드는 미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찰병으로부터 스트릭랜드는 마지막 생존자가 남아있다는 보고를 전해 듣게 됩니다. 이러한 학살이 누군가의 명령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 든 간에, 전쟁이 끝나고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이 비난과 질책을 듣게 될 것은 뻔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굴 깊숙이 안쪽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시체들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죽은 어미가 안고 있는 한 작은 아기를 찾게 됩니다. 비극적으로 스트릭은 호이프의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게 됩니다.


예시) 미군에 의해 자행되었던 노근리 쌍굴 터널


소설에서 스트릭랜드는 힘든 임무와 좌절을 겪게 되면 호이트에 대한 불평을 하면서도 언제나 가족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일에는 환멸을 느끼고 있었으며 그래도 항상 가족 품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가정적인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과 긴 임무로 돌아온 스트릭랜드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쉽게 분노하고 감정이 없는 싸늘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변화를 그 자신도 알고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가족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조금씩 마음을 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가족들이 그릴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너무 오래 집을 비웠고 어색해진 가족관계를 회복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좌)자연스레 가장으로부터 떨어지는 가족                                                             (우)살인을 주저않는 그의 공격



결국 그는 매일 전쟁 때 죽여야 했던 한 아기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미쳐갔습니다. 마침내 타인에게 고통을 주어도 무감각해진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영화에서는 그저 가학적인 인물로 나오는 스트릭랜드는 사실 무척이나 불쌍한 사람입니다. 스스로 직업으로서 자부심도 잃어버렸고, 돌아가야 할 따듯한 가정도 사라졌고, 자신을 지탱하던 인간의 마음은 오래전에 부서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Fact3. 엘라이자는 비밀 연애의 사실을 알고 있는 젤다는 죽일 번 했다?


엘라이자와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 젤다가 나옵니다. 이 흑인 젤다라는 친구는 영화에서 보면 몹시 친밀하며 조력자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입체적이라기보다는 전형적 인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녀의 다양한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오히려 엘라이자에게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둘은 벌써 같은 곳에서 일을 한 지 18년째입니다. 젤다가 얼마나 그녀에게 친절하고 호의적이냐면, 바로 엘라이자가 맨 처음 출근하던 날부터 그녀를 위해 수화를 배웠을 정도입니다. 18년 지기 친구인 것도 대단한 우정인데 한 직장에서 저렇게 오랜 기간을 같이 일했을 테니 서로의 신뢰를 의심할 여지도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둘은 성격차이가 극명했습니다.


우선 엘라이자는 자신의 얘기를 마음속에 혼자 간직하는 성격입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생길 때나 힘든 일이 있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고 의존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거의 그렇지 않죠. 옆집 사는 자일스에게나 가볍게 얘기하는 정도입니다. 당연히 친구관계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젤다는 그런 엘라이자를 소울 메이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를 남편보다 믿을 수 있을 것 같고 언젠가 자기가 사업을 하게 되면 꼭 엘라이자를 데려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도 서서히 바뀌어갑니다. 엘라이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 자신에 비해 돌아오는 것은 한 없이 적었기 때문이죠. 엘라이자가 물고기 신을 탈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때는 둘 사이가 긴장이 어느 때보다 심했습니다. 어느 날 젤다는 그저 자신을 조금만 믿고 의지해주길 바라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엘라이자는 그녀를 무시하고 아랑곳하지 않은 태도를 보입니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젤다는 그녀를 증오하고 자신이 사람을 잘 못 봤다며 혼자 울기도 합니다.


마음속으로 계속 끙끙 앓던 젤다는 결국에는 엘라이자가 호프스테플러 박사와 비밀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그렇게 쌀쌀맞아진 것으로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위의 장면을 보시면 소련의 과학자 호프스테플러가 주사기를 들고 있습니다. 그 또한 물고기 신을 빼돌릴 작전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일이 틀어지면 물고기 신이나 스트릭랜드를 암살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엘라이자의 탈출 시도를 도우면서 그 주사기를 엘라이자에게 건네주게 됩니다.


물고기 신의 탈출을 앞 두고 서로 대치하는 젤다와 엘라이자


이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오컴 항공 우주 연구소라는 공간은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는 일종의 기록표가 있습니다. 탈출계획이 시행되던 날 모두가 퇴근해도 엘라이자의 칸은 비어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젤다는 둘 사이 비밀연애가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 생각하고 엘라이자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주차장에서 일을 벌이고 있는 엘라이자를 발견하고 막아서게 됩니다.


영화만 보신 분들은 위 장면에서 젤다의 표정에서 진심 어린 우정을 보셨을 것이고, 엘라이자에게서는 시간의 긴박함을 다루는 비장함을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과연 어땠을 까요? 당연히 깜짝 놀라며 젤다는 막아서게 됩니다. 그러나 엘라이자는 젤다가 막아서자마자 호프스테플러에게 받은 주사기가 있는 주머니 속을 만지작 거립니다. 계속 자신을 막아선다면 그녀를 죽여서라도 지나갈 셈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18년 지기 친구를 죽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제 기준에서 영화와 소설 사이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Fact4. 스트릭랜드는 엘라이자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


우리는 영화에서 스트릭랜드가 엘라이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뭔가 반신반의하게 됩니다. 묘하게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기도 하면서, 영화 후반부를 보면 또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의 연기력으로 장르가 잠시나마 판타지 로맨스가 아닌 공포영화로 착각될 정도입니다. 


인물 소개해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는 지나치게 광분하며 파괴적인 인물입니다.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은 그에게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무언가를 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소설의 정보가 추가된다면 이야기가 얘기가 달라집니다. 오히려 그를 로맨틱(?)하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내 레이니가 구두를 잘 신고 다니지만 소설에서는 사실 집에서 맨발로 자주 다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함으로써 홀가분함과 자유를 느끼고 느끼죠. 구두에 관심이 많고 많이 사 모으는 엘라이자와는 반대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스트릭랜드가 구두를 신은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집에서 자유분방하게 있는 레이니의 모습에 스트릭랜드는 그녀가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 느낍니다. 반대로 시간이 흘러갈수록 엘라이자를 향한 묘한 감정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일을 하는 와중에도 엘라이자가 생각나고 결국 자신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짝사랑을 했었다고???



앞에서 스트릭랜드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의심하여 레이니의 목을 졸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자신의 임무에 환멸을 느끼고도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은 그는 얼른 임무가 끝나고 자신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지도를 보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엘라이자와 단 둘이 떠나고 싶다고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엘라이자가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무슨... 자신감으로??

그는 몹시 남성 우월적이며 게다가 나르시시즘이 강한 인물이기에 연애가 서툰 상남자(?)라고 생각합시다.


소설에 따르면 그는 이때 몹시 떨리며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진지하려 했다.


저 공포스럽고 왠지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듯한 분위기는 사실 감정 전달이 서툰 그의 고백타임(?)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분위기가 최악인데 하필 그의 멘트가 더 문제였습니다.


당신이 벙어리라서 더 좋아. 할 수 있다면 당신을 꽥꽥거리게 만들고 싶어.


저런 말 때문에 영화를 보고 왔던 사람들도 저게 고백 대사인지 알 턱이 없습니다. 굳이 그의 심중을 해석하자면, [엘라이자 난 당신을 존중하고 있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당신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조금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중반부에 범인이 엘라이자임을 한 번쯤 의심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는데도 단서를 추적하는 씬에서 결국 호프스테플러를 거쳐, 젤다의 집을 들렀다가, 마지막에 엘라이자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엘라이자는 도망을 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되죠.


사실 이것은 끝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믿었던 스트릭랜드의 안일함 때문입니다. 아직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인간의 감성 때문에 그가 실수를 한 것이죠. 모든 것이 끝나면 엘라이자와 행복할게 떠날 생각을 했던 그에게 있어, 설마 범인이 엘라이자라고 마지막까지 믿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Topic3. 소설과 영화의 주제 차이



제목 : 셰이프 오브 워터(Shape of water), 부제 : 사랑의 형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렇기에 소설에서 많이 언급되는 전쟁, 종교, 인종 등의 문제는 영화에서 과감히 배제되었습니다.



소설이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균형 있게 전개되는 반면, 영화는 주로 엘라이자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영화는 그녀를 담백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위의 장면이 유일하게 원작에도 없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자신 마음속의 말을 조금씩 꺼내면서 점점 내면세계로 빠져 들게 되는데요. 그녀가 바라는 꿈의 공간에서만큼은, 말을 할 수 없는 그녀도 멋지게 차려 입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춥니다.


말을 못 하는데 노래를 하는 건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녀가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그녀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

저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보다 이전에 엘라이자는 수화로 이와 같은 말을 합니다.


그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사람이 아니에요.


물고기 신은 유일하게 그녀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진실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겉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그녀를 완벽한 하나의 인간이라고 대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역시 그녀 같은 사람일 것입니다. 


내면의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숭고하고 중요한지가 바로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왼쪽에서부터 (1) 같이 음악을 듣는 엘라이자와 물고기신 (2) 스트릭의 새 자동차 (3) 호프스테플러의 수첩


그렇다면 소설이 전하고 싶었던 주제를 무엇일까요?

전 조심스레 '자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엘라이자는 사랑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진실된 사랑을 원했지만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혼자서 부족한 사랑을 채우며 보냈습니다.


스트릭랜드는 어찌 보면 직업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것 같습니다. 성격만 본다면 군인이 천직 같아 보이지만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기 힘든 삶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통제하며 살고 싶었지만 운명이 허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호프스테플러는 느낌상 스트릭랜드와 비슷합니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고 자기 자신보다 중요한 것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았습니다. 비록 자신이 선택해서 온 길은 아니지만 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했죠.



혼자만의 욕망을 벗어나 함께하는 사랑을 하고 싶었던 엘라이자

계금과 임무의 삶을 벗어나 자기가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스트릭랜드

이념과 국가를 떠나서 그저 한 명의 학자이고 싶었던 호프스테플러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고 비춰낼 수 있지만

                                      또 무엇으로 바뀔 수 있는 물의 형태.

                         바로 자유가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영상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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