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이제 물건이 아니다
수년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였다. 그들은 내 반려견 삼순이의 안부를 물어왔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개’라는 주제로 흘러갔다. 유기견이었던 진도믹스 삼순이는 내게 남다르다. 삼순이를 통해, 펫샵 및 강아지 공장 문제와 ‘식용견’ 문제 등,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나였기에 그런 것들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자리에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것도 심각한데, 인간 사회에서도 인간이 처한 여러 문제가 많잖아. 어찌 됐건 사람이 더 중요하니까...”
생각지도 못한 대화 전개에 순간 멍을 때렸다. 내가 당황한 틈을 타, 그는 당시에 이슈가 되던 여러 사건들을 나열하며, 이렇게 인간사회에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목에 힘을 줬다. 할 말은 많았지만, 정리되지가 않았다. 그렇게 술자리는 대충 마무리되었다.
사실 ‘개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접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삼순이를 데려오는 시점부터 나를 괴롭히던 말이었다. 딱 봐도 중형견 이상의 ‘누렁이’가 될 것 같은 유기견을 집에서 키우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에게서 저 문장을 들었다.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삼순이를 사랑하는 분들이다.) 삼순이에게 때때로 비싼 옷이나 간식 등을 사주는 내게 몇몇 지인들은 장난처럼 저 문장을 뱉기도 했다. 길거리에서도 어김없다. 유독 나 혼자 삼순이와 산책에 나설 때 숱한 시비에 걸리는데, 보통 그 시작은 ‘개보다 사람이 중요하지’라는 문장이었다.
과도한 인간 중심 사회에서 ‘개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문장은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단지 내가 소중하게 키우는 개를 말 그대로 ‘개 취급’ 해서가 아니다. 발화자에 따라 의미에 차이는 있겠으나, 이미 절대적 강자인 ‘인간’의 존재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센 척’이다. 허공에 ‘쉐도우 복싱’을 날리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는 생명 간 우선순위를 나누는 행위에 매우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 행위의 주체는 항상 절대적 강자인 우리,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동물은 (이제야) 물건이 아니다
인간 중심 사회에서 개는 절대 사람보다 중요해질 수 없다. 동물은 이제야 ‘동물’이 되었다. 최근 민법 개정을 통해, 물건이 아닌 동물로서의 법적 지위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뒤집으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동물은 ‘물건’에 해당했다는 뜻이 된다. 물건이었기에, 그렇게 숱하게 많은 동물학대가 발생했어도 처벌은 항상 미미했다. 생명을 다치게 한 범죄에 적용되는 법이라곤 ‘재물손괴죄’였다. 물건이었기에, 펫샵에 ‘물건’처럼 수많은 품종견 품종묘들이 전시되기 위해, 강아지 공장에서는 ‘물리적 교배’까지 이뤄진다. 지금껏 동물이 처한 다양한 방법의 생명 경시는 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동물, ‘생명’도 아니었기에 발생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번 민법 개정은 우리 사회가 ‘동물권’을 가시화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될 것이다. 동물도 생명이라는 상식의 출발이, 동물의 ‘생명권’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러한 모든 움직임은 인간 중심 사회에선 인간보다 더 귀한 존재가 될 수 없는 동물들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배려에 불과하다. ‘개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