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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가은 Jun 12. 2024

행복의 조각을 찾는 여정

안녕. 오랜만에 네게 안녕, 이란 인사로 편지를 시작해. 누군가 건넨 편지를 읽을 때면 난 그 인사말을 읽을 때부터 설레곤 하더라. 안녕, 00아, 하고 그 문장을 읽을 때면 보낸 이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난 매주 두 번 너에게 그런 애정 어린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있어. 편지에 담긴 진심을 유독 좋아하는 너잖아.


넌 유난히도 사소한 것이 주는 행복을 즐거워했지. 꽃집에서 고심 끝에 고른 어여쁜 꽃을 화병에 꽂아두는 일, 거리를 걷다 발견한 오락실이나 코인노래방에서 즐기는 천 원의 행복, 나쁜 꿈 꾸지 않고 무탈하게 잘 잤냐고 묻는 다정한 안부, 길 가던 고양이에게 가방 속에 넣어두었던 간식을 주며 띄는 미소, 책방에 들러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책,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쓰는 편지 같은 것들 말이야.


때때로 그렇게 사소하고 행복한 순간들은 영화 속 명장면처럼 기억에 남더라. 의외로 거창했던 이벤트보다도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을 완성하는 조각들인 것만 같아. 조각이라고 하니 마치 게임 아이템 같지?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떤 기억이 미래의 조각이 될지 모르는 채로 그것들을 찾아다니는 여행가들이지.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때 떠오를 조각을 궁금해하며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인생이란 게임 속의 플레이어들이기도 하고.


이걸 하면 행복할까? 이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 하는 기대를 품다가도 아닌 것을 알게 되면 실망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힘든 순간들에도 어떤 조각 하나는 남더라. 그럼 그래, 그러면 됐지, 그거면 충분하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마음 아파했든 간에 말이야. 그렇게 우린 기억과 망각의 힘을 동시에 빌려 소소한 행복의 조각을 찾는 기나긴 여정을 함께하고 있어, 친구야.


너의 여정을 위해 내가 꿀팁을 알려줄게. (메모하고 있지?) 조각을 많이 모은 훌륭한 여행가가 되려면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해. 일단, 스스로에게 많은 조각을 선물하려면 그에 따르는 상처와 아픔도 거리끼지 말아야 해. 새로운 조각을 찾지 못하고 이전의 조각만 계속해서 되감기하면 넌 과거에만 머무르는 사람이 될 테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또 네가 갖지 못한 삶의 조각들이 네 기억에 새로운 파편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가끔 과거를 추억하는 건 괜찮지만, 잊지 마. 결국 우리는 현재를 살고 미래로 나아가야 해. 과거의 빛나는 순간에만 머무르는 사람은 지금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어.


두 번째 능력은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순수함이야.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곧 지루해지고 또 색다른 게 없을까 고민하게 되지만, 새로운 일에서만 행복을 찾는다면 행복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버릴 거야. 사소한 것들이 주는 행복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자. 눈부시도록 햇살이 비추는 오늘 같은 날은 날씨가 좋아서 행복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은 집에서 이불 속에서 듣는 노래 한 곡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한 그 무렵이 생각 나. 그땐 글에 기대 혼자 제주로 떠나곤 했지. 일 년에 두세 번은 그렇게 글을 쓰기 위한 여행을 떠나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이야기들을 써내곤 했어.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요즘의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에너지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엄두가 잘 나지 않네. 오늘 전수한 꿀팁 두 가지를 실천하고자 다시 떠날 용기를 내볼까 해.


아마도 내일은 매일 들리는 카페 사장님이 친절하게 아침 인사를 건네서, 지하철이 웬일로 타이밍 좋게 도착해서, 그런 소소한 이유들로 행복할 거야. 네게 많은 행복의 조각을 선물하기 위해 부지런히 사랑하고 행복할게.


2024년 6월 중순

여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네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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