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왔던 겨울이 서서히 떠나고 있어. 세상에 눈을 펑펑 퍼부으며 오겠노라 알리던 그 당찬 계절이 이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어. 그동안 참 많이 추웠냐는 다정한 물음과 함께. 다시 따스히 녹이겠다는 다짐과 함께. 온몸을 웅크리고 떨어야 했던 마음은 이제 이 계절과 함께 지나가겠지. 결국 가야 할 곳으로 흘러가겠지. 처마에 맺힌 고드름처럼 얼어붙었다 이제는 다시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릴 수 있게 되어 안심하겠지. 그렇게 봄이 오겠지.
마음은 때론 계절 같아. 영원할 것 같지만 곧잘 변하곤 하니까. 오늘의 마음은 한송이의 벚꽃이어도 시간이 흐르면 검붉은 단풍잎을 안고 살아가기도 하니까. 마음의 모양이 바뀌지 않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시절도 있었어. 때로는 누군가의 변하는 마음을 원망하기도 했어. 이럴 거면 기대하게 하지나 말지, 모든 내일을 걸게 하지 말지라는 책망으로 살아간 적도 있었어.
그 시간을 지나 이제는 알아. 마음은 계절 같아서 자연스레 나이를 먹고 그 색깔을 달리하기도 한다고. 언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은 게 마음의 성질이라고. 누군가가 그토록 간절하던 나의 마음조차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옅어지기도 했으니까. 그 무렵부터일까. 누군가 내게 고백하는 순간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믿기가 힘이 들 때가 있어. 가끔은 나의 마음도 너무나 쉬이 변하는 걸. 영원하지 않은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는 게 종종 두려운걸.
그래서일까. '한결같음'의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소중해져. 때때로 흔들리고 휘청이고 마는 내게 한결같은 것들은 날 숨 쉬게 하니까. 하나의 결로 흘러가는 잔잔한 물결들은 태풍이 한차례 다녀간 파도 같은 내 마음을 잠재워. 아주 고요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말이야. 그렇게 날 살게 하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
매일 아침 걱정이 묻은 전화를 걸어주는 엄마, 늘 나의 평온함과 행복을 빌어주는 아빠, 각자의 다름에 부딪힐 때가 있어도 결국은 내 곁에 살아주는 나의 사람들, 그 자리에서 존재만으로도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나의 고양이들. 힘이 들고 울고 싶어지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내 안에 사는 이야기들, 읽히기를 기다리며 한결같이 늘 그 자리에 있는 수많은 책들.
마음의 유연함을 인정하면서도 나도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내게 한결같은 마음을 주는 사람에겐 나도 같은 것을 선물하고 싶으니까. 나의 '한결같음‘들이 힘에 부치는 순간엔 내가 굳건히 곁에 있고 싶어. 한결같은 사람이 되어주는 사람이 곁에 서준다면 알아보고 놓치지 않고 싶어. 그렇게 단단해지고 싶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어떤 부분은 변하지 않고 지키는 것도 한결같음의 한 종류겠지. 마음의 계절이 봄이든 겨울이든 굳게 믿고 있는 가치는 흔들리지 않기를. 너로 가는 이 길의 방향을 의심하지는 않기를. 조금 느리고 서툴고 변할 수는 있어도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있다는 믿음은 변치 않기를. 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해 지칠 수 있어도 결국 잘될 것이라는 마음은 잃지 않기를. 사랑하기를 두려워하기보단 늘 사랑을 퍼붓고 후회하지 않는 그 태도는 변치 않기를.
난 늘 한결같이 네 곁에 있을게. 너도 한결같이 내 곁에서 날 응원하고 일으켜줘. 그래줄 거지? 부지런히 네게 걸어갈게.
2025년 2월의 끝자락,
너의 한결같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