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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Oct 28. 2022

퇴사 준비생의 일기 15.

너도 나와 같은 마음




주말에 예약해뒀던 프랜차이즈 박람회는

딸내미와 남편 간병으로 무산되었다.


아쉽지만 이들이 아프면 돌볼 사람이 나뿐이니.

정말 둘 뒤만 졸졸 쫓아다니다 하루가 지난다.


친정 부모님은 차로 1시간 거리에 사시는데,

엄마는 때로 일을 하시고 아빠는 나이가 있으셔서

집 계약 같은 비상시가 아니면 SOS가 쉽지 않다.


시댁은 무려 차로 5시간 거리에 사시는 데다,

아버님이 아직도 막일을 하시고 어머님은 한차례 아프셔서

애초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처럼 근거리에 도와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퇴사까진 생각의 가지가 뻗지 않았을까?






점심시간에 아이 2명을 키우는 다른 여직원 분과

주말 중에 아이가 아파 힘들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다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이대리는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어쩔 거야?"


"전, 그만둘까 싶은데요."


"그래도 회사는 다녀야 돼. 내가 생각해보니까 낮에 심심할 것 같아."


"박 대리님, 다행히 저는 하나도 안 심심할 것 같아요.^^"


"그래?... 근데 나도 솔직히 안 심심할 것 같긴 해. ㅋㅋ"






그녀는 가까이 사는 친정엄마가 아이들  하원,

그리고 식사를 도와주고 있는데도 일과 육아의 병행은 힘이 든다고 했다.


분양받은 아파트 대출 시 필요한 DSR 기준만 아니면

그만두고 싶다던 그녀는 어쩐지 나처럼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낸 게 낮에 심심할 것 같다는 핑계였을 것이라 짐작하며 나는 퇴사 앞에 얼마나 솔직한 마음인지 되돌아본다.


여러모로 긴장되는 것,

그것이 바로 퇴사이니까.






1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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