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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Aug 04. 2023

체호프 단편선

<관리의 죽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길들여진 소심하고 어리석은 현대적 인물상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유쾌한 작품.

<공포>

“이해할 수 없으니까 무서운 거지“

살아갈수록 늘어만 가는 족쇄들 때문에 삶은 진부하고 막연해진다. 그렇다고 일탈이 삶에 윤활하게 하지는 않는다. 더욱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뿐이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40명의 순교자>가 가장 잘 살아가는 인물이지 않을까.

<베짱이>

누군들 재밌는 거 싫어하고 흥미로운 걸 꺼리겠는가. 그러나 여의치 않을 때면 접어두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재미나 흥미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사는 족속들이 있다. 이런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인생 정말 피곤해진다.

<드라마>

끝이 없으면 뭐든 늘어지기 마련이다. 좋은 건 끝이 오지 않길 바라곤 하지만 잠깐의 투정일 뿐 아름다운 결말을 바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결국은 알게 된다. 근데 쓰레기 같은 게 끝이 없으면 얼마나 화가 날까. 쓰레기 같은 글을 싸대는 자에 대한 분노를 담은 작품인 것 같다.

<베로치카>

주인공의 말대로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치 않는, 생각해 본 적 없던 이성의 구애를 받을 때의 난감함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사실적이다. 왜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을까 하는 심정이다.

<미녀>

아름다운 미녀를 보고 왜 슬퍼할까.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서 눈길이 가면서도 나는 못 만나겠지 하는 뻔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본인들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같이 느껴서 슬펐던 건 아닐까.

<거울>

이승우 작가는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써야 하는 글이 있다고 말한다. 삶도 그렇다. 험난할 것이 예상되지만 살아가야만 한다.

<내기>

불편함은 짧고 초월은 영원하다. 인위적인 구속이었지만 그것은 지드의 지상의 양식에 키워드인 헐벗음과 비슷한 것이지 않을까.

<티푸스>

신은 침묵한다. 인간은 떠든다. 기적을 맡겨놓은 마냥 기적을 바라고 신의 탓인 양 신의 탓을 한다.

<주교>

높은 지위 때문에 어머니마저 자신을 불편해하는 주인공의 쓸쓸한 삶이 안타까웠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서야 자유를 느낀 주인공은 이방인의 뫼르소를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 처음 시도했을 때는 너무 재미없어서 읽다 말고 어디 처박아놨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뭐가 달라진 걸까. 책은 그대로일 테니 달라진 것은 나일 것이다. 뭐가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안 읽고 팽개쳐둔 책들도 다시 한번 시도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을 뿐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 생각났다. 섣부른 답보다는 실존적인 질문을 내놓으면서도 일상적인 인물을 소재로 삼는 것. 질병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정신 상태 혹은 무력함이 자주 등장하는 것 등이 그랬다. 그러나 마냥 묵직하지는 않고 유쾌하고 희극적일 때도 있다. 그가 체호프의 영향을 받은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인듯하다. 언젠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도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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