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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Feb 28. 2024

기억에 대한 단상 1~3

1.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을 이제야 좀 이해한다. 좋은 기억만 갖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가. 기억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포함한다. 기억이라는 족쇄를 달고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 앞에서 망각은 삶에 숨통을 트여주는 선물이지 않을 수 없다.

2.

기억은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 어느 유명 작가이자 의사의 블로그 대문을 장식하고 있는 말이다. 나는 자꾸만 저 문장을 기억은 언제나 고통이라고 기억한다. 뭔가 의아해서 다시 확인해 볼 때마다 다르게 기억하고 있어서, 근데 매번 똑같이 다르게 기억하고 있어서 신기할 따름이다. 이 현상을 내가 저 문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나름의 재구성을 한 건지 오독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3.

기억은 우리를 구성한다. 기억 없이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서 지금, 여기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다. 지금, 여기에는 시간과 공간이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존재가 있을 수 없듯이 지금 여기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모르고서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기억은 우리의 증거가 되어준다. 그러한 기억이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기에 존재는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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