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주제 사라마구, 『카인』

by 김감감무

카인을 생각할 때면 항상 의문투성이다. 신은 왜 그의 제물은 받지 않았을까, 표식이 뭘까, 사람들이 해코지할까 두렵다는데 사람들은 누굴까, 그는 그 뒤로 어떤 삶을 살았을까 등의 의문들.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그리 특이하지 않다. 원문인 성경이 참 모호한 텍스트기 때문이다. 이 소설 『카인』은 그런 모호함에 대한 불만에서 쓰인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성경을"『도무지 말이 안 되는 책』"이라고 표기해 놓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카인 본인의 일화로 시작해서 시공간 여행을 하듯 창세기의 다른 인물들을 거친다. 그런 과정에서 계속 마주치는 종교와 신의 모순을 거침없이 풍자하고 지적한다. 신의 침묵, 인간을 장난감 혹은 유희의 도구로 삼고 있지 않냐는 의문, 악마마저도 신의 도구이지 않은가 하는 의심, 죽이실 거면 왜 만드셨고 왜 사랑한다면서 죽이는지 등의 의문들...

신과의 논쟁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지만 더 할 말이 없다는 식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 책뿐만 아니라 그런 이해의 노력이 많지 않은가. 그런 책들을 볼 때마다 머리 아팠는데 이 소설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 깔끔하고 창의적이고 유쾌하면서도 진지함을 놓치지 않은 뛰어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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