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막연히 사랑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사랑과 행복을 같은 것 혹은 비슷한 것이라 추측했다. 경험해 보니 행복은 사랑의 일부일 뿐이었다. 사랑은 절대 한 가지 모습일 수 없다.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사람이 전부 제각각 다르듯이 말이다. 그래서 사랑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사랑이 있다.
소설이지만 이야기보단 몇몇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보고서 느낌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몇 명의 등장인물들의 전부 다른 사랑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다 다르지만 이상하게 다 공감이 간다. 사랑을 하며 내가 아닌 내가 되는 영석에게, 연민도 사랑의 시작임을 받아들이는 큰 사랑을 보여주는 선희에게, 사랑은 제도 따위가 제한할 수 없는 숭고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준호에게, 그리고 놓쳐버린 사랑 때문에 후회하며 살아갈 형배에게 말이다.
관념이 습관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이 관념을 정의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우린 저런 이야기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아직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