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는 것은 독립을 도와주는 것
그 녀석이 찾아왔을 때, 나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조용했으며 은밀했다. 함부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나의 몸속으로 들어와 자유로이 활보하며 영역을 확보하고 생채기를 내고 다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의 공격을 막아낼 패트리어트 미사일 같은 요격용 무기조차 없으니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백주대낮에도 활개를 치고 다니는 불한당 같은 놈. 수시로 제 모습을 바꾸는 변검의 고수이기도 하다. 뒤늦게 그의 존재를 느꼈을 때는 모든 것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였다. 절정의 순간에 우리는 절망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