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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운 Sep 16. 2022

뜨겁게 달아오를 시간

가맹거래사 합격을 축하하며...

 그대, 젊은이...

지난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들었네. 술이란 본디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기 시작하나 술이 술을 먹고 종내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고 하지 않나. 내 그 계통에는 몸소 체득하여 깨달은 바 있으니 너그러이 넘어가 주겠네. 나를 만난 것은 2차 자리였으니 1차 술자리에서 젊은 혈기에 얼마나 최선을 다해 달렸겠는가. 게다가 승전보를 올려 축하할 일이 있다 하여 마련된 자리였으니 오죽했을까.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거꾸로 타는 바람에 택시를 잡아 새벽을 도와 귀가하였다니 긴 말이 뭐 필요하겠는가. 그만하길 다행이지. 정신줄 놓고 종착역에서 자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쓰리꾼에게 지갑 탈탈 털린 이야기쯤은 내, 수도 없이 들었다네. 한두 번 자빠졌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나마 어서 안전 귀가하였다니 하느님이 보우하신 일이네.


  그런데 그대, 젊은이...

가만 생각해보니 섭섭한 것이 있더란 말이야. 요즘 젊은이답잖케 아주 용하고 장한 일을 해냈다고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네. 인생에 득이 되고 약이 되는 좋은 말들은 또 얼마나 폼 잡고 해댔겠는가. 오랜만에 인생 선배 역할 좀 하나 싶어 딴에 한껏 진지하면서도 격앙되었었단 말이지. 그 자격증을 마치 내 자식이 딴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야. 그런데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얘기 아닌가. 그럼 도대체 나는 누구와 그 술자리에 앉아있었던 것이며 누구에게 말을 했던 겐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렸느말이야.


  하긴, 뭐, 나야 '잘 될 거다, 파이팅 하시라' 응원밖에  일이 없었으니 섭섭한 일이 아닐 수도 있네. 섭섭하다손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려니 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대의 스승이자, 상사이자, 선배인 내 남편에게만은 그러면 결코 안 되네. 하긴 1차에서 두 사람이 으쌰 으쌰 했겠지. 서로 감사한다, 수고했다를 수십 번도 넘게 반복 재생했을 테고 두 손 고이 잡고 부둥켜안고 사랑한다 고백도 했겠지. 그러다 술에 절고 기쁨에 절었을 것이 아닌가. 안 봐도 비디오일세.


  사회생활을 한 기간이 있으니 이제는 알만도 하겠구먼. 이불 밖도 위험하다는 세상인데 조직 내의 생활은 참으로 위험하지. 나도 겪어봐서 아는 일이네. 직장 상사는 상사일 뿐이지 인생 조언을 해주거나 공부를 도와주거나 마음을 다독여주는 선배, 친구, 형일 수는 없다는 것을. 타인의 성과나 성공을 진정으로 기뻐하며 독려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만약 그런 상사가 있다면 무조건 따르고 배워야 하는 일이네. 내 남편이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 준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도 선한 영향력을 사람에게, 사회에 나누며 사는 게 꿈이라 했지? 그러려면 좋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쌓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이 바로 그때인 듯싶으이. 가장 푸른 청춘의 시기 말일세. 도전하는 청춘의 시기.


  그대가 잔뜩 상기되고 고무된 얼굴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보아 그 기쁨을 미루어 짐작하며 나도 한껏 기뻤네. 자기 자신이 얼마나 기특하겠는가. 무려 2년 동안이 아닌가.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준비한 시험이라 고충은 두 배 이상이었을 게야. 데이트할 시간도 줄여가며 한 공부이니 말일세. 결혼하여 함께 살 날이 많으니 잠깐의 그리움 정도야 참을 수 있다고 쉽게 얘기하는 자도 있을 테지만 사랑이 무르익었을 때의 보고픔은 절절한 법이라 그것을 인내한 그대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야. 어디 가서 자랑해도 박수받을 일이고 말고. 와중에 1차 합격이란 성과를 이루어 냈고 2차 시험에는 떨어졌다 들었지만 오히려 성취욕구를 자극할 것이라 좋게 생각했네.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니 포기하지 않고 올해 다시 2차에 도전할 것이라 짐작했거든.


  가맹거래사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2차 시험을 준비하며 볼펜 심을 10개나 갈았다지? 남편은 볼펜 6개였네. 이제껏 공부하면서 볼펜 한 자루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써본 적이 없는데 "글쎄, 글을 쓰는데 볼펜이 안 나오더라고요..." 라며 동그란 눈이 얼마나 커지던지, 그대도 참 공부 안 하고 살았구나 싶어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네.(사실은 나도 마찬가지네) 시험 준비 마지막에는 "외우고 외워도 잘 써지지가 않아서 울고 싶었는데 오히려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하는 말에서는 하마터면 남편 앞에서 그대의 머리를 쓰담쓰담할 뻔하였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냈다는 거 아닌가.


  마음껏 자랑해도 되네. 큰소리로 외쳐도 좋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말이야, 감사하다며 낸 감사주 말일세. 그 자리 다시 한번 더 만들어 나를 부르는 건 어떤가. 그대는 내 칭찬 세례를 듣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내가 합류했던 2차의 기억이 나지 않는대서 굳이 하는 말일세. 내가 또 줄 걸 못주면 영 찝찝해서 잠이 잘 오지 않는 깔끔한 성격이라 말일세. 줄 건 빨리 줘야 직성이 풀리거든. 장담컨대 그대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칭찬, 응원, 격려, 열원 세리머니를 해줄 것이며 사기 진작(振作)을 위해 북을 치고 피리라도 불어줄 수 있다네(고취 鼓吹). 그대의 경험담 내지는 성공담을 1 당 100으로 싸워 이겼다는 무용담처럼 거창하게 다시,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는 말일세. 그런 술자리는 사람을 참 뜨겁게 만들거든. 푸른 청춘의 기가 살아있는 현장은 맛 나는 곳이고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는 가슴에 불을 댕기는 도화선이 될 것이 아닌가.


  그 달아오르는 맛에 술을 마시는 보람을 찾는 것이니 내 기꺼이 기다린다는 말을 남기는 것이네.


  뜨겁게 달아오를 그대의 시간을 응원하면서...


 

유영찬 대리님의 가맹거래사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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