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를 평가하는 글

비평의 사전적 의미는 ‘가치를 논함’이다. 비평은 세상 모든 것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심지어 비평의 척도 자체도 비평의 대상이 된다. 영화를 비평한다는 것은 그 가치를 논하는 일, 즉 평가가 들어가야 한다. 이동진, 박평식, 이용철 등 유명 영화평론가가 남기는 별점이 관심을 끄는 건 이런 측면 때문이다. 평가는 비교다. 별점이 높은 영화일수록 더 좋은 영화이고 대단한 영화라고 이들이 말하는 것이다.     


평론가들은 비평을 위해 상당한 공부를 한다. 영화관련 서적을 통해 위대한 영화를 배우고 그 영화들을 직접 봄으로써 비평의 기준을 알아간다. 촬영기법이나 편집기술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좋은 영화라 인정받은 작품을 보고 또 봐야 기존 비평의 척도를 눈으로 익힐 수 있다. 영화는 눈으로 인식하고 머리로 해석한다. 우선은 많이 볼 줄 알아야 그 다음 단계를 향한다.     


이 단계가 평가를 위한 1단계다. 수학공부로 따지자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공식을 알게 된 수준이다. 공식을 알았으면 응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평가에서의 응용은 자신만의 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 내 별점 리스트를 보았을 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어떤 건 맞추고 어떤 건 틀린다면 공식부터 더 공부해야 하듯, 비슷한 수준의 작품에 평점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면 자질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자신만의 평가 기준은 여러 작품을 보면서 완성된다. 1단계가 좋은 작품을 보는 거라면 2단계는 여러 영화를 보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만 풀다 보면 갑자기 쉬운 문제에 막힐 때가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영화도 자신의 기준에서 평가가 가능할 만큼 시야를 넓히기 위해 다양하게 영화를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포가 무서워도 봐야하고, 오글거리는 하이틴 로맨스에도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응용단계의 문제에서 만점을 받았다면, 다음은 정말 펼치기 싫은 페이지다. 바로 심화다. 심화단계가 어려운 건 생소한 개념을 적용하거나 결합한다는 점에 있다. 설명을 들으면 단번에 알겠는데 혼자 힘으로 그 푸는 과정을 알아내는 게 어렵다. 실험영화 단계가 아니더라도 생소하게 다가와 평가하기 힘든 작품들이 있다.    

 

필자의 경우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람한 <성스러운 것>이란 영화가 그랬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학 영화 서클에서 내려오는 도시괴담을 소재로 한다. 4년마다 학생이 찍는 영화에 의문의 귀신이 나타나고 그 영화는 대성공을 거둔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영화를 관람하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 영화를 ‘성스러운 것’이라 표현했다 생각하고 그렇게 글을 썼다.     


그런데 아뿔사! 알고 보니 이 작품은 미소녀에 대한 로망을 다룬 작품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청춘물과 라이트노벨 등 다양한 문화장르에는 미소녀가 등장한다. 이 작품에는 귀신으로 등장하는 미나미 미오라는 배우를 비롯해 다수의 미소녀라 불릴 만한 배우들이 출연했고, 본인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감독은 이런 설정을 통해 로망을 실현한 것이다.     


이는 일본 서브컬처 문화에 대해 알고 있지만, 영화에서 이런 서브컬처 문화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몰랐다는 점에서 저지른 실수(라고 하지만 실상 무지인)였다. 생소한 작품을 평가할 때는 기준을 명확하게 잡기 힘들다. 분석도 힘든데 평가가 제대로 되면 신기한 일이다. 이럴 때는 글의 도움을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접하기 힘든 소재와 문화의 영화를 분석한 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 영화는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기에 이와 관련된 영화리뷰를 찾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영화들은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된 작품은 소수지만 영화제를 통해 자주 소개되는 만큼 꽤나 많은 리뷰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심화단계까지 끝마치면 자신만의 평가기준을 확립하게 된다. 평가자에 따라서 연기, 연출, 촬영, 편집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평점을 매겨 합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방법의 경우 자신의 감상과는 동떨어진 평점이 나올 확률이 있다. 자신의 감상에 중점을 두되 일관된 척도를 바탕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전 11화 감상을 전달하는 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