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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분석하는 글

가치를 논하기 전에 필요한 과정이 분석이다. 어떤 사람을 뒷담화 할 때도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걔는 정말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을 했는데 누군가 ‘왜 싸가지가 없는데?’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한 근거를 상대가 수긍할 때까지 말해야 한다. ‘그냥’이라고 답하는 순간 자신이 가볍고 부정적인 사람처럼 비춰진다. 하물며 일상 대화에서도 이런 분석에 기반을 둔 근거가 필요한데 남에게 보여주는 비평은 더 철저한 척도에 맞춘 분석이 필요하다.     

비평과 리뷰에서 평가의 차이는 분석의 차이이기도 하다. 리뷰는 주관이 강하고 비평은 객관적인 측면이 앞선다. 이런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평은 학문적인 요소를 가져온다. 먼저 기본이 되는 세 개의 학문은 영화학, 문학, 역사학이다. 영화학은 이름만 들었을 때는 거창해 보이지만 분석에 필요한 전문적인 용어를 의미한다.   

  

촬영에서의 전문적인 용어 몇 가지, 편집에 있어 전문적인 용어 몇 가지를 알아야 분석이 용이하다. 예를 들어 롱테이크의 경우 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 클로즈업은 인물의 표정이나 장면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점 등 그 기법을 왜 사용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장면을 설명할 수 있다. 장면을 크게 잡는 클로즈업을 ‘확대한 장면’이라고 글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건 물론 글이 지저분해 보인다.     


문학은 모든 이야기를 분석하는데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영화 역시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분석에 있어 문학적인 지식이 필수로 요구된다. 문학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은 꼭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다. 스토리텔링은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전개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점에 주목한다. 소재와 내용이 같아도 구성이나 전달 방식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런 구성의 묘미를 알 수 있어야 스토리 분석에 있어 더 깊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대사에 함축적인 의미가 담기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 이를 바탕으로 복선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몰랐던 정보를 제공하며 쾌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시나리오의 분석을 통해 영화가 어떻게 이야기를 담아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향성도 좋다.     


영화의 주인공이 사람이라는 점에서 역사학은 빠질 수 없다. 과거의 사건은 물론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역사다. 약 5년 전에 <베테랑> 같은 갑질문화를 다룬 영화가 유행했고, 최근에는 <아워 바디>처럼 꿈을 이루기 힘든 청춘의 모습을 다룬 영화가 유행이다. 특정시대나 사건을 다룬 영화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른 트렌드를 짚어내는 눈을 키울 때 영화가 담은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언급한 건 영화학에 더해지는 인문학의 요소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과 인간의 문화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학과 역사학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미학, 언어학 등이 폭 넓게 요구된다. 영화만 보고 배우기도 벅찬데 부차적인 학문이 필요하니 비평이란 게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런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영화학만을 바탕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학에 바탕을 둔 분석은 현상의 해체에만 머무른다. 리뷰 중에도 장면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글이 있는데 이런 글은 기계적 비평이라 할 수 있다. 중세와 현대의 미술을 비교했을 때 더 해석이 어려운 건 현대미술 같지만 반대로 중세미술이 더 높은 수준의 해석을 요구한다.     


중세미술은 화폭에 다양한 상징적인 소재를 담았다. 그림을 보면서 그 상징을 얼마나 많이 찾아내는지가 더 많이 아는 비평의 척도였다. 반면 현대미술은 그림을 보고 자신의 생각과 감상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 제목은 정해져 있지만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에 집중한다. 기계적 비평은 영화학적인 측면에서 심어진 기술을 발견하는 것이다. 익숙한 소재에 익숙한 해석을 붙이며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찾아내는지에 열을 올린다.     


반면 인문학이 더해진 분석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정해진 주제는 있지만, 이 주제를 다양한 학문을 통해 폭넓게 해석할 수 있다. 기존에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비평이 나올 수도 있는 가능성도 지닌다. 다만 이런 인문학을 결합한 해석은 학문의 폭과 깊이가 넓기 때문에 필자의 입장에서 고민을 지니게 만든다. 어설프게 접근하자니 비판을 들을 게 두렵고, 깊이 공부하자니 시간적인 노력이 무겁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학문을 모두 섭렵하기 보다는 비평을 쓰면서 하나씩 익히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그 영화가 보여주는 철학이나 심리학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이나 서적을 통해 찾을 때 함께 익히는 것이다. 한 영화에 거대한 철학을 전부 담아낼 수 없기에 이야기하는 내용은 범위가 정해져 있다. 플라톤이나 니체 등의 철학자가 주장한 내용을 모두 알기 보다는 영화에 필요한 내용만 배워도 된다. 그렇게 하나씩 순차적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다.      


영화가 담아내는 인문학은 패턴이 정해져 있다. 사람마다 인상을 받고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 여기는 지점이 비슷하고,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다. 니체의 실존주의 사상과 영원회귀설, 플라톤의 현상과 본질 등은 영화 비평에서 주로 사용되는 철학이다. 심리학에 따른 분석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심리학이 주로 사용된다. 개인이 지닌 트라우마가 어디서 왔는지 밝혀내는 과정이 스토리에 깊이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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