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좋은 영화는 다양한 생각을 지니게 만드는 영화라는 말이 있다. 100명이 보면 100명 전부 다른 생각과 감정을 품게 만드는 작품을 우리는 흔히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관객이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 가두보 역할을 하는 게 영화 글쓴이다. 차를 타고 골목 깊숙이 들어가야 알 수 있는 맛집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맛집 블로거의 영향력이 크다.     


구독자가 보장된 블로거의 칭찬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여기에 음식 사진을 맛있게 찍어 올리면 스크롤을 내리며 군침을 흘리는 마법을 보여준다. 영화 글쓴이(영화 블로거, 유튜버, 기자, 평론가 등) 역시 좋은 영화를 좋게, 관객이 쉽게 장점을 발견하기 힘든 영화는 길을 잡아줄 수 있게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 영화의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확고하게 잡을 수 있다.     


먹방 유투버가 편식이 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정해져 있다면 큰 인기를 얻을 순 없다. 매번 비슷한 메뉴만 먹고 또 먹으면 구독자는 지루함을 느낀다. 영화 글쓴이의 경우도 장르 편식이 심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기자나 평론가는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일을 해서 보기 싫은 영화도 봐야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그 영화에 대해 악평을 줄줄 쓴다면 그 사람의 글은 신뢰를 잃게 된다.     


악평은 그 사람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든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관심을 받는 건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다. 인터넷 공간에는 내가 쓴 글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내가 쓴 글을 쭉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아, 이 사람은 이 장르를 유독 싫어하는 구나’ 그 순간 내가 지닌 신뢰도는 떨어진다. 피망을 못 먹는 어린 아이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     


이런 고민은 블로거와 유투버 역시 마찬가지다. 블로거나 유투버가 명성을 얻게 되면 조회수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에 화제가 되는 영화는 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장르 편식으로 영화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홍보사에서 뿌리는 보도자료나 다른 영화 글쓴이의 글을 인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자신만의 색은 물론 영화를 보는 재미와 열정마저 잃게 된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건 편견 없이 영화를 바라보는 눈이다. 클리셰가 심한 영화에도 장점이 있고, 신파가 짙은 영화에도 감정을 둘 자리가 있다. 이런 포인트를 잡는 건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서 비롯된다. 물병에 남은 물을 보고 누구는 ‘이만큼 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는 반면 누구는 ‘이만큼이나 남았네’라고 한다. 긍정의 대답은 영화를 더 깊게 바라보고 탐구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만든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부정적인 마음을 지니면 단점만 보게 된다. 이성에게 말을 걸며 웃으면 ‘헤프다’고 여기고 고급 일식집에서 밥을 먹으면 ‘사치스럽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이성에게 인기가 많겠다’던가 ‘미식가네’라고 반응한다. 이런 반응이 이뤄질 때 그 사람에게 더 관심을 지니고 장점을 바라보게 된다.      


문학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건 작가가 아니라 문학 평론가다’ 이름난 평론가의 한 마디가 그 책을 읽을 방향성과 그 방향성이 지닌 위대함을 말하고, 독자는 이에 빠져든다. 영화는 대중매체인 만큼 다수의 대중이 택한다. 때문에 소수 평론가의 평가에 갇히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글 하나는 관심 받지 못한 영화의 진가를 대중에게 알려준다.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국내에 잘 알려지게 된 건 이동진 평론가 때문이다. 그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별점 만점을 주면서 국내에서 그 이름을 높이게 된다. 누군가 당신의 글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면, 그 글이 네티즌에 의해 여러 곳으로 퍼지고 그 영화가 주목을 받게 된다면, 그 사실만으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이지만 눈에 띌 수 있게 예쁘게 포장하는 건 영화 글쓴이의 몫이다. 영화가 지닌 가치를 발견하고 글에 담아내는 일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람을 느끼게 만든다. 보석 상점에서 진주를 찾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흙속에 감춰진 진주는 그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눈을 지닌 이들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순간이다. 

이전 14화 주장을 담아낸 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