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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의 관계를 파괴시키는 층간소음 3단계


연애를 잘 하는 사람에게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많은 시도를 해봤다는 점이다. 직장에서 괜히 경력자를 우대하는 게 아니듯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층간소음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적인 문제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해결이 쉽지 않다. 상대의 반응이 다르고, 극단적인 상황에 몰릴 수 있으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2년 정도 해당 문제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연애에서 한두 번 실패했다고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지만, 층간소음은 잘못된 관계가 설정될 경우 길게 2년을 고통 받으며 살아야 한다. 혹여나 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더 오랜 시간을 기약 없는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된 기분을 느껴야할 것이다. 층간소음은 크게 3단계로 관계가 파괴된다. 이 3단계가 지나고 나면 관계를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다. 그때는 싸워 이겨야 한다는 생각, 큰 손해를 보고서라도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함을 우선 경고한다.     


1단계는 부인 또는 회피다. 위층에 층간소음을 말했을 때의 반응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인정이다. 자신들이 이러이러한 문제로 소음을 일으켰으니 미안하다 하고 시정한다. 두 번째는 설명이다. 가족모임이나 망년회 등 특별한 일정으로 신고가 들어온 경우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 몇 시까지는 끝낼 테니 양해 좀 부탁드린다며 사정을 설명한다. 이 두 가지 경우라면 비교적 쉽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부인은 자신들이 소음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할 때다. 정말 모르고 부인할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숨기는 경우도 있다. 회피는 두 가지다. 층간소음을 일으킨 건 맞고 알고 있지만 시정하기 싫다고 하거나, 이 집은 원래 층간소음이 심하다며 서로 이해하고 살자는 넉살 좋은 반응을 보인다. 이 1단계에서부터 슬슬 감정이 상하기 시작한다. 상대가 내 고통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난다.     


2단계는 분노 또는 다툼이다. 한 번 인식된 층간소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후에도 똑같은 소음이 지속되면 짜증이 화로 변한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분노를 품게 된다. 이 분노는 분노 상태로 끝나면 양쪽 모두 편한 엔딩을 볼 수 있다. 아래층이 화를 이기지 못해 이사를 하는 결말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반대로 아래층의 지속적인 항의에 위층이 분노를 느껴 이사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분노에서 다툼을 향하면 관계가 틀어진다. 처음에는 위층 아래층 모두 조심스럽다. 화는 나지만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형식적으로 사과와 이해를 보인다. 허나 위층이 ‘예민하네’, 아래층이 ‘예의가 없네’를 내뱉는 순간 다툼이 시작된다. 문제의 해결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토론하기 보다는 자기 이야기만 하면서 감정싸움을 보인다. 다툼 단계에 이르면 이제 상대를 찍어 눌러야 한다는 사명감이 피어난다.     


3단계는 보복이다. 이 지점에서는 상대를 이웃이 아닌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의 심정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모든 공격을 가하고자 한다. 아래층은 우퍼스피커와 고무망치 등을 통해, 위층은 발망치 소리를 통해 공격을 가한다. 한 사례의 경우 아래층이 우퍼스피커를 틀기 시작하자, 위층도 아래층을 향해 우퍼스피커를 설치하고 층간소음 전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서로를 향해 끝없이 공격하는 관계가 설정된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먼저 포기하는 사람이 진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를 짓누르기 위해 양보를 보이지 않는다. 전장에 나선 병사처럼 사명감을 지닌다. 보복이 시작된 순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같다. 한쪽의 보복으로 반대편이 항복한다면 모를까, 아니라면 서로의 우퍼스피커에 상관없는 이웃집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수난을 맛볼 것이다. 부모를 죽인 원수보다 더한 층간소음을 낸 원수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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