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층간소음에서 살아남는 방법10 – 아프기 전에 이사해라


층간소음을 1년 5개월째 겪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나이가 젊은 편이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 큰 변화를 겪고 있진 않다. 다만 심장 쪽에 조금 문제가 나타나고, 가끔 공황장애 증세를 보인다. 한 번은 전기난로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린다는 환상이 시작되어 재빨리 창문을 열고 심호흡한 적이 있다. 몸은 점점 망가져가지만, 집이 나가지 않고 어디 나가서 살 돈은 없으니 견디는 중이다.     


만약 나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층간소음 문제가 닥쳤을 때 신체이상을 겪기 전 이사를 택하는 게 좋다. 신체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을 향하고, 정신이 망가지면 몸의 상처보다 회복하기 힘들다. 신체적인 이상은 뇌와 심장이란 핵심적인 두 기관을 어지럽힌다. 뇌의 경우 각성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만든다. 각성상태가 길어지면 잠을 잘 수 없고 쉽게 피로해진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언제 위층에서 또 소음이 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몸에 힘을 풀고 잠들 수 없다. 우리 몸은 외부의 충격에서 우리를 보호하고자 한다. 잠에 빠지는 순간은 이 각성을 최대한 풀고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헌데 이 순간 몇 번의 층간소음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는 경험을 하면, 위층이 언제 잠이 들지, 언제 소음이 끝날지 걱정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원치 않는 각성에 몸이 점점 망가진다.     


각성 상태가 길어지면 심장에 무리가 온다. 심장이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박동이 빨라지고, 점점 약해진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어느 새 짜증이 아닌 긴장과 공포가 되었다면 심장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단계부터는 자그마한 소음 하나에도 몸이 놀라 반응한다. 큰 소음이 날 때면 귀신이라도 본 거처럼 심장이 격렬하게 반응한다. 심장이 약해지면 몸이 전체적으로 무기력해진다.     


몸이 무기력해지면 정신적으로 우울증을 동반하게 된다. 층간소음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은 우울증과 무기력함이다. 소음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무슨 노력을 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슬픔을 느낀다. 특히 주부의 경우 집에 오래 있어서 귀가 트이기 쉽다는 점, 자식이나 남편에 비해 적극적으로 이사 의견을 내세우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우울증이 심각하다.     


정신부터 심장까지 모두 악화가 되어도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사를 생각해야 한다. 돈은 없어져도 모을 수 있지만, 건강은 한 번 나빠지면 돌아오기 힘들다. 몸이 힘들어지는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이사를 생각해야 한다. 참고 인내하거나 생각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게 층간소음이 아니다. 가족이나 나 자신을 해치고 싶지 않다면 구원을 위한 하나의 길을 고민하는 게 좋다.     

이전 26화 층간소음 문제, 공권력 개입이 불필요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