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군은 주로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기분이 안 좋다.
잠자기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었거나,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도 아침에는 늘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유독 다운되어있는 백군에게 섭섭한 적이 있었고, 백군은 이유도 모른 채 좋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사실 백군이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동안 3년을 같이 산 나도, 백군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를 마시던 아침, 상기된 표정으로 백군이 말했다.
"내가 아침에 명상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안 좋아."
"왜?"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매일 소리 지르면서 깨우고, 이불을 확 걷어버리고, 냄새난다면서 창문을 확 열었어. 그래서 일어날 때 항상 기분이 안 좋았어. 그 기분이 내 몸에 배어버린 것 같아."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백군은 자기도 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기분을 빨리 털어버리게 되었고, 나는 백군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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