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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Oct 03. 2024

신선 농장

2부-9화. 동네 경찰 ▶ 신선 농장

수년에서 십 년 가까이 정성으로 키워온 삼이 쑥대밭이 되자 주인은 노란 하늘을 경험한다. 멧돼지 습격으로 피해액은 수천에서 수억 원을 상회한다. 주인이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 삼을 지키기 위해 그물과 울타리를 설치하지만, 지켜내지 못한다. 멧돼지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볼 경우 최대 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산양삼밭은 그렇지 않다. 특용작물인 산양삼은 광범위한 재배 면적에 명확한 피해액 특정이 어려워 야생동물 피해 지원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정말 피가 말라요."


"하루라도 빨리 멧돼지가 잡혔으면 좋겠어요."


산양삼은 개인이 기르는 약초의 일종이다. 산양삼을 농작물로 볼 수 있느냐? 우리나라 판례는 농작물의 소유권은 토지에 부합하지 않고 그 경작자에게 있다고 한다. 대법원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수개월밖에 안 걸리고 경작자의 부단한 관리가 필요하며, 그 점유의 귀속이 비교적 명백하다는 이유로, 농작물은 토지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경작자에게 소유권이 귀속한다고 판시하였다. 심지어 타인의 토지에 위법하게 경작 재배되었더라도 경작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하였다.


판례상 농작물은 1년생을 말하고, 다년생 약초인 산양삼의 경우는 이 대법원판례가 유효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다년생인 산양삼도 토지에 부합한다고 보아, 토지소유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산양삼은 수년 이상의 다년생 약초이므로 대법원 판례상 농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경작자에게 귀속한다고 할 수 없고, 수목과 같이 토지에 부합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산양삼의 소유권은 토지소유자에게 귀속하지만, 그 토지소유자는 산양삼의 경작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 의무가 있을 수 있다.


산양삼의 경우에 그 경작권은 권원에 해당하여 토지에 부합하지 아니해, 산양삼의 소유권은 경작자에게 있다. 산양삼은 토지 소유권과 관계없이 경작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므로, 산양삼을 경작자가 아닌 타인이 무단으로 채삼을 하면 그 타인은 절도죄의 죄책을 부담하고, 그 타인이 토지소유자라고 할지라도 절도죄의 죄책을 부담한다. 심마니라 할지라도 그 산양삼의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1)


주인의 바람은 하나다. 산양삼밭을 파헤친 멧돼지를 처단해 줄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길 바란다. 누런 살쾡이가 몸을 피해 달아나자 성난 멧돼지가 붉은여우를 향해 누런 이를 드러내며 머리를 들어 올린다. 붉은여우는 뒷발에 힘을 주어 텀블링을 하며 가뿐하게 멧돼지 머리 위로 날아올라 멧돼지 새끼가 모여있던 반대 방향으로 몸을 구른다.


밤이 되기 전 산기슭에서 내려오던 붉은여우는 갑자기 앞에서 나타난 차가 비틀비틀하더니 커다란 바위에 부딪혀 앞 범퍼가 날아가고 엔진 부위에서 하얀 연기가 푸르륵하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대략 3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흰색 소형 화물차 운전석에서 70대 노인이 오른손으로 왼쪽 이마를 문지르며 다짜고짜 경찰을 향해 큰소리친다.


"이봐, 내 꼴이 우습지"


"너희들도 조심해"


"여기 붉은여우 새끼가 휙 하고 지나갔어"


여우, 밍크 등 야생동물에서 채취한 모피는 주로 의류와 장신구에 사용된다. 천연모피는 털이 붙은 채로 동물의 피부를 벗겨 무두질한 것으로 생가죽에 털이 붙어있는 원단을 말한다. 천연가죽 패션제품에 대한 대량생산과 고급화 수요는 공장식 가축 농장 운영, 가죽 채취와 가공 과정에서의 잔인성과 과도한 화학물질의 사용이다.


천연가죽은 내구성이 높은 실용적 소재이고, 천연 모피는 경제적 부의 과시, 사회적 지위 상징, 고급스러운 이미지 표현에 유용으로 동물의 가죽과 모피는 패션제품의 전체나 일부에 꾸준히 활용되었다. 천연모피의 소비 대중화와 고급화 또한 무분별한 야생동물 포획, 환경생태계 파괴, 멸종 위기 등의 문제를 초래하였다.2)


모피의류는 여러 동물로부터 얻어지게 되므로 동물의 종류에 따라 품질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좋은 품질의 모피는 매우 치밀한 털의 밀도를 갖고 있는데, 털의 길이가 일정하고 광택이 좋으며 부드럽다. 동물의 나이, 건강상태, 포획한 계절 등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며, 또한 모피의류는 성별에 따라 품질의 우수성이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암컷의 품질이 우수한데 이는 모질이 좋고 가벼우며 착용감이 좋은 반면에 가용면적의 양이 적어서 섬세한 가공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3)


모피시장에서는 여우와 밍크가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고가의 주류 모피로 다른 모피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은 여우와 밍크의 가격 변동성과 같이 움직인다. 모피의류는 동물의 생모피를 가공한 뒤 봉제하여 완성하는 천연자원 제품이기 때문에 원자재의 공급은 희소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100%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의한 불안정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모피의류는 섬유 의류와는 다르게 제조원가의 80%~90%가 모피 원자재 가격이기 때문에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원자재가 동물의 원피를 가공하여 사용하므로 의류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소요량은 밍크의 마릿수로 표시되며 밍크의 크기에 따라 마릿수는 달라진다. 밍크의류를 제작하기 위해서 수컷 밍크, 원사이즈 크기의 원자재를 사용하며 밍크의 총소요량이 TOTAL 15마리, 부위별로 BODY 9마리, SLEEVE 4마리, COLLAR 2마리가 소모된다.4)


다음 날 아침 이마에 분홍색 밴드를 붙인 70대 노인이 삼거리에서 교통안내 및 지도하는 동네 경찰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말을 건넨다.


"이봐 어젠 고마웠어, 당신들 덕택에 목숨 하나 건졌어"


"근데 저 앞 도로에 고주망태가 뻗어 자고 있어"


"저 놈은 죽지도 않고 살아서 동네 망신 다 시킨다니까"


"허구한 날 술만 처먹고 허리 벨트나 풀어 제치고 있으니"


"저 놈이 동네 남정네들 망신을 다 시키고 있어, 쯧쯧"


동네 경찰은 파출소에 도착해 교통사고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준비해 둔 안전모를 70대 노인에게 배부하며 안전운전 캠페인에 서명날인을 받고 오토바이 헬멧을 건넨다.


"살다 보니 동네 경찰이 별 걸 다 챙겨주네"


"어르신 이따가 댁에 방문해서 경운기에 형광반사판을 부착해 드릴게요"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봐, 경찰이 별 걸 다 챙겨"


얼마 뒤 신안이 고향인 베트남 전쟁 참전 어르신이 파출소에 들러 믹스커피를 집어 들더니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서는 수갑을 채울 수 있게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 국방색 양말을 벗어 발가락 사이를 문지른다.


"어르신 신선 농장 사건은 어떻게 됐어요"


"말도 마, 내가 그딴 걸로 구속당할 것 같아"


"내참 어이가 없어서, 그 농장 주인 새끼 정말 재수 없어"


"검찰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고 훈장도 받았으니 이번 한 번은 불기소 처분한다고..."


"동네 경찰, 당신들도 그 농장 주인 놈이랑 다를 게 없어"


"국가를 위해 목숨 건 사람을 그딴 식으로 처리해"


"내가 감방에 갈 줄 알았지"


"어르신 면목이 없습니다."


신선 농장 주인은 고사리 밭에 들어와 고사리를 채취한 참전 노인을 향해 막말을 하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개인 사유지에서 키우는 고사리를 주인의 허락 없이 무단 채취 해, 절도죄 혐의로 입건하여 검찰에 사건을 보냈고 검찰에서 사건 처리 결과를 참전 노인에게 알려준 모양이다.


고사리 밭 농장 주인은 농장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50미터 간격으로 플래카드를 게시하여 개인 사유지에 침입하여 농산물 채취를 하면 선처 없이 반드시 민형사상 처벌을 받도록 법적조치 하겠다고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로 엄포를 놓았다. 또한 농장 주변 도로변에는 300미터 간격으로 마치 군부대 출입금지 구역처럼 침입 시 발포할 것 같은 분위기의 경고문 표지판을 설치하였다.


산주인 척 농장 주인은 몇 년 전부터 농장 출입을 강화하여 최근에 농장 근처에는 누구도 얼씬하지 않았다. 고사리 밭 사건 이후 동네 주민들에게 소문이 쫙 퍼져 아무도 신선 농장과 관련된 인연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분명 뭔가 꾸미고 있을 게야"


"어째 마을 사람들과 척을 지면서 사는지"


"뭔가 꿍꿍이 속이 있는 게 분명해"


농장 주인에게 붙잡혀 동네 경찰이 방문했을 때도 출입구에서 만나서 파출소로 왔는데, 그때 신선 농장 안에 검은색 차양막으로 처진 비닐하우스가 다섯 동 정도 있었다.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던 거로 보인다고, 주인 혼자서 그 많은 농장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며, 분명 외국인 근로자를 농장에서 쓰고 있을 거라고 참전 노인이 귀띔한다.

        

누런 살쾡이가 멧돼지를 피해 산기슭을 내려오다 길을 잘못 들어 소나무 숲으로 지나친다. 붉은여우를 만나 목숨을 구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일이 진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선망 증세가 발작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술과 피로에 절어 어깨 위에 바위를 짊어진 것처럼 허리를 펼 수 없어 토끼처럼 양손을 땅에 붙이고 양다리를 꿇어 무릎으로 산기슭을 이동한다.


살쾡이가 두 시간 정도 무릎을 굽힌 채 산행하던 중 주변에서 산삼 향이 코끝에 반응한다. 분명 수 십에서 수백 채의 가족삼이 자리를 튼 것이 확실하다.


"붉은여우가 점지해 준 것이 분명해"


누런 살쾡이는 멧돼지의 공격으로 몸이 불편해 산삼을 돋을 수 없다고 판단해, 소나무 사이에 하얀 돌을 끼워 놓는다. 오랜 날 뭉툭해진 솔방울 천지, 부서진 바위 밑에 부리가 날카로운 돌을 집어 들고선 두 발짝 떨어진 장소에 연리지 같이 줄기가 꼬인 소나무 거죽을 돌로 찧어 생체기를 낸다. 남이 잘 알지 못하게 껍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진 것처럼 나무에 직접 표시한다.


"이젠 됐어, 고생 끝났어"


살쾡이는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하얀 돌을 끼워 놓은 소나무를 향해 삼배 반의 절을 올린다. 산삼을 만난 것에 대한 감사에 의미와 산제를 올려서 이를 가히 여긴 신령이 붉은여우를 불러 점지해 준 산삼이니 분명 삼령이 높고 좋은 산삼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마지막으로 꿈을 이루게 도와준 산신에게 절을 올려 감사를 표한다.


소나무 숲에서 컥컥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두 시간 전에 붉은여우의 도움으로 멧돼지 무리를 피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쫓아와 살쾡이는 두 팔을 위에서 아래로 뒷걸음치듯 밀고 엎어진 무릎은 아래를 향해 조심스럽게 쓸려 내려간다.


어둠이 아픔을 삼켜 구분이 되지 않는 시골 밤은 도로변에 가로등 만이 암흑과 대비되는 빛이다. 산허리에서부터 뱀처럼 휜 불빛을 등대 삼아 마침내 문물 흔적을 마주하며 안도의 한숨을 검은 공간에 하얗게 뿌린다.


"여보세요, 계곡 농원인데요, 신선 농장이지요"


"멧돼지가 산양산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계곡 농원과 신선 농장은 산주가 같다. 두 농원과 농장의 산주는 문중 선산으로 알려졌다. 신선 계곡을 중심으로 계곡 농원과 신선 농장이 경계를 마주한다. 계곡 농원에서 산양삼밭을 운영해 큰돈을 벌어들이자 신선 농장 주인은 따라쟁이처럼 산양삼밭을 뒤따라 운영했다고 한다.


신선 농장 주인이 주변에 출입금지 경고문을 곳곳에 설치한 이유가 동네 주민들 모르게 산양삼밭을 재배하고 있었다. 농장 주인은 동네 주민들을 믿지 못해 주민들이 몰래 채삼 하지 못하게 단속을 심하게 했던 것이다. 온 힘을 기울여 가꾼 산양삼밭을 멧돼지 무리들이 다 파헤쳐 놓고 있어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신선 농장 주인은 해조수 수렵면허를 가지고 있어 해당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구제단을 산양삼밭에 보내주기를 요청한다. 본인도 수렵 총기를 반출하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가 있는 읍내 지구대에 총기 수령을 요청하고 사륜형 화물차를 끌고 읍내 지구대로 향한다.


신선 농장 주인은 마음이 급하다. 며칠 전부터 헤드라이트가 고장 나 안개등만 켜고 다니면서 고장 난 헤드라이트 수리를 차일피일 미룬 것을 후회하지만, 매일 다니던 길이라 큰 부담 없이 안개등을 켠 채 임도를 지나 지방도에 진입한다. 지방도에서 5분 정도 진행하면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삼거리 만나는 접적도로는 지방도와 국도가 만나게 되는 구간으로 가로등이 읍내까지 5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임도를 내려오면서 여름 태풍에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바퀴에 부드득 소리와 함께 덜컥하며 지나친다. 삼거리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도 부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걸린 듯 하지만 농장 주인은 나뭇가지가 바퀴에 걸린 것으로 판단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읍내 지구대로 차를 몰아붙인다.



1) 배병일 (2023). 산삼 심마니 채삼 관습과 민법상 특수지역권. 인삼문화, 5(1), 77-96.
2) 김혜성, 홍희숙 (2024). 동물 가죽과 모피 소재의 패션제품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도덕철학과 지각된 도덕적 강도의 매개 역할. 한국의류학회지, 48(4), 597-614.
3) 김지영 (2010). 모피의류시장의 현황과 추구혜택에 따른 모피의류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21(2), 211-225.
4) 김지영 (2014). 모피의류의 상품화과정에 관한 연구. 한국의상디자인학회지, 16(3), 13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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