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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Oct 07. 2024

천년운산

2부-10화. 동네 경찰 ▶ 천년운산

한 달 전, 하늘에서 찢어진 기둥이 바닥에 내리꽂아 뿌리를 천년운산에 펼친다. 신선 계곡 초입, 작은 언덕에 마을을 수호하는 오백 년 묵은 느티나무는 당산나무로 동네 주민들이 신격화하여 제를 지내고 마음에 꺼려 서 하지 않거나 피해야 하는 사항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금기를 무시하고 훼손하게 되면 땅을 관장하는 신이 화를 내어 재앙을 내린다는 습속이 마을 주민 사이에 쫙 퍼져 두려움과 경외심을 갖는다.


오백 년을 지내온 느티나무는 온갖 비바람에 맞서 가지가 부러지고 끊어진 모습이 여기저기 흉터로 남아있다. 계절이 서로의 꼬리를 떼어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이 자리하면 부러진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난다. 푸른 잎이 움트면 검붉은 이끼 갑옷을 뚫고 푸르름이 솟아오른다. 이때를 기점으로 마을에 나쁜 기운이 사라지고 좋은 기운이 마을을 덮어 동네 주민이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생활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이번 여름 태풍으로 오백 년 느티나무의 줄기 중 절반 정도가 벼락에 맞아 찢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가 태풍에 견디어 쓰러지지 않았지만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큰 줄기가 찢어지는 일이 발생하여 새순이 돋기 전까지 마을에 좋지 않은 기운이 덮칠 거라며 제를 주관하는 도가가 동네 주민들의 근신을 누누이 당부한다.


신선 농장 주인은 여름 태풍으로 많을 것을 잃었다. 농장 주변에 고사리를 말리기 위해 설치한 비닐하우스에 소나무가 쓰러지고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바람에 철골이 휘고 야생 동물의 출입을 막던 울타리가 훼손되어 농장에서 키우던 산양삼을 멧돼지들이 습격할까 봐 하루도 편치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


면에 요청하여 멧돼지 퇴치를 수시로 요구했지만 매번 유해조수 구제단을 꾸려 엽사를 보내어 구제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며 양해를 구한다. 신선 농장주는 자력 구제를 위해 직접 유해조수 구제단에 가입하여 엽사로 등록하고 구제 활동을 한다.

 

행정관청에서는 유해조수로 인한 농작물 등의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유해조수 포획허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해조수의 포획 시에는 유해조수 포획허가 기준에 따라 야생동물의 보호와 농작물 등의 피해방지의 필요성을 비교 및 검토 후 구제에 나서야 한다. 또한 유해조수의 포획허가를 득한 경우에는 허가사항 준수여부, 유해조수 포획을 빙자한 야생조수 불법포획 행위 금지 사항 등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유해조수 구제단에서 구제 활동이 가능한 포유류는 6종으로 맹수류, 멧돼지, 고라니, 두더지, 창설모, 쥐류가 있다.


"경찰이지요"


"신선 농장에 멧돼지가 쳐 들어와 산양삼밭을 끝장내고 있어요"


"빨리 와서 조치해 주세요"


"아악..."


"괜찮으세요"


"붉은여우가... 다시 연락할게요"


신선 농장주가 전화를 끊는다. 동네 경찰은 행정관서 당담부서에 유해조수 구제단을 신선 농장에 급파하여 구제 활동이 되도록 비상 연락망 가동을 요청하고, 소방에 연락하여 구조대와 함께 신선 농장으로 출동한다.


신선 농장 주인은 돈이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작업을 한다. 계곡 농원 주인은 행정관서에서 산림청과 공동산림사업의 일환으로 산양삼 채종포 시범사업 농가로 선정되어 수년에 걸쳐 산양삼밭을 일궜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신선 농장주는 행정관청에 자신도 시범사업 농가 선정에 포함되도록 계속해서 민원을 넣는다.


계곡 농원은 이미 수년 전에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채삼을 시작한 반면 신선 농장은 아직 수확을 하지 못한 상태인데, 여름 태풍으로 전신주 보다 큰 나무가 여기저기 쓰러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촘촘하게 설치해 놓은 울타리가 뻥뻥 뚫려 야생동물이 신선 농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신선 농장 주인은 막무가내 노인이 사고 낸 장소와 같은 도로변에서 붉은여우를 치고 큰 바위에 부딪혀 화물차량이 전복된다. 저 앞에 붉은여우 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그 옆에는 새끼여우가 어미배를 머리로 들어 올린다. 농장주는 죽은 붉은여우와 새끼를 양손에 들고선 신선 농장이 위치한 산으로 올라간다.


신선 농장 산양삼밭은 멧돼지 습격으로 대부분 산양삼이 들춰져 있고 뿌리란 뿌리는 다 먹어치우고 줄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행정관청에서 연락받고 도착한 유해조수 구제단이 사냥개를 풀어 멧돼지 사냥에 나선다.


한참 뒤 계곡 아래에서 사냥개가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분명 피냄새를 맡고 흥분하여 날뛰는 소리가 분명하다. 구제단 3명은 사냥개가 짖는 방향으로 포위한다. 저 쪽에서 검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한 엽사가 엽총을 발사하고 그 옆에 있던 엽사도 엽총을 발사한다. 조금 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세 번째 엽사가 엽총을 발사한다.


"아..."


"여기요.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빨리 119를 불러주세요"


엽사가 쏜 총에 신선 농장 주인이 쓰러져 있고, 바로 위에 붉은여우와 여우새끼가 엽탄에 맞아 온몸에 탄알이 박혀있다.


신선 농장에는 붉은여우 모피가 천여피 널려있다. 농장 비닐하우스에 사육하고 있던 붉은여우 십여 마리가 발견된다. 냉동창고에서는 붉은여우 사료로 주려고 쟁여놓은 멧돼지 사체 4마리가 발견된다. 신선 농장 주인은 붉은여우를 키워 모피를 만들고 납품하려 하였지만 거래처를 찾지 못해 붉은여우 모피를 비닐하우스에 걸어놓았다. 여름 태풍에 붉은여우를 키우는 하우스가 파손되면서 키우고 있던 붉은여우 암컷 한 마리가 탈출하여 농장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누런 살쾡이는 멧돼지를 피해 살았다는 안도감에 온몸에 힘이 빠져 도로 옆에 앉다가 잠이 들어 다리를 쭉 펴고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신선 농장 주인이 운전하던 차량에 다리가 역과 하여 하의가 벗겨진 채 쓰러져 있던 살쾡이를 운전자는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 조치 없이 삼거리로 차를 몰아붙인다.

 

두릅나무 군락지 안쪽 인적이 없는 오소리 굴에 붉은여우가 살고 있었다. 산기슭에 붉은여우는 오소리 굴에 오줌을 지려 놓는다. 오소리 습성은 유난스럽게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기질이 심해 붉은여우가 싸놓은 지린내를 피해 굴을 버리고 떠났다. 농장을 탈출한 붉은여우는 천년운산 중턱에 오소리 굴을 빼앗아 터를 잡았다.


백구 동자가 멧돼지 새끼를 죽이고 멧돼지 어미에게 쫓겨 달아나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부상을 당한다. 동네 경찰이 멧돼지 새끼를 두릅나무 밑에 파묻기 전에 붉은여우는 죽은 멧돼지 새끼 고기를 뜯어먹으며 붉은여우 새끼 한 마리를 오소리 굴에서 키우고 있었다.


멧돼지 새끼 고기를 며칠째 뜯어먹을 때쯤 동네 경찰이 나타나 멧돼지를 두릅나무 밑에 깊숙이 묻어, 더 이상 고기를 먹지 못해 먹이를 찾아 신선 계곡 주변을 뒤지고 다녔다. 멧돼지 무리가 두릅나무 근처 샘물이 나오는 장소에 멧돼지 목욕탕을 만들어 영역 활동이 갈수록 심해져 거쳐를 옮긴다.


삼거리 근처 커다란 바위 밑에 굴을 파고 붉은여우 새끼와 함께 터를 잡는다. 주변에 들쥐가 많아 새끼를 양육하기 최적 장소지만 도로변에 있어 차량 운행이 잦아 위험하나 주변에 민가가 없어 움직이는 차량만 조심하면 붉은여우 가족의 근거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누런 살쾡이는 화물차 바퀴에 다리가 역과 하여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된다. 구급차에서 환자 이송 침대를 응급실로 옮길 때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희미하게 들린다.

 

"어제와 오늘 신선 마을에서 사람이 셋이나 죽었데"


"신령님이 노했다고 하데"


"어제 계곡에서 실려온 여자가 죽었다지"


"신선 농장 주인은 엽사가 쏜 총에 즉사했데"


"쯧쯧, 고주망태 이 양반도 곧 죽겠어"


천년운산은 산세가 좋고 산나물이 풍성해 동네 주민들이 신선 계곡을 따라 봄과 가을에 나물과 열매를 채취하여 읍내 5일장 날에 용돈벌이로 길가의 한 장소에 물건을 벌여 놓고 장사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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