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딱 좋은 날씨에 좋은 장소까지 물색하는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따스한 기운이 내려앉아 저세상 입구를 어떤 형체가 접근하지 못하게 이 세상 시공간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의 터이다. 지금까지 덮고 있던 보호막이 서서히 걷히자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명당자리를 찾았어"
풍수의 시원이라 추측할 수 있는 선사시대 유물과 고인돌, 고분벽화 등 에서 시간개념과 별자리들이 발견된다. 고인돌이나 고대 무덤들의 대부분 동남쪽을 향하고 있으며, 해가 뜨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또 고인돌이 발견되는 지역을 보면, 주로 강을 마주하고 있거나, 산록완사면의 평지와 나지막한 산을 뒤로 배산임수의 구도를 보이고 있는 특징이 있다.
명당은 천문사상을 풍수지리에 접근시킨 가장 이상적인 전당으로, 왕의 생전에는 통치의 장소로, 사후에는 제례를 행하는 장소로 존재했던 것이다. 예기의 제의 편에 선왕의 효심이란 것은 부모의 안색이 내 눈에서 잊어지는 일이 없고, 음성도 내 귀에서 잊어지는 일이 없으며, 마음과 뜻을 간직하여 즐겁게 하고, 사랑이 지극하면 부모의 영혼이 눈앞에 떠오르고 잊어지지 않는다. 무릇 공경하지 않으면 편안할 수 없으니, 군자는 부모가 생존 중에는 공경하여 봉양하고, 사후에도 공경하게 향을 올린다. 부모가 살아서는 공경하게 모시고, 죽어서는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이 효를 행하는 근본으로 인식하였다.
제사는 혼백을 모시는 것으로, 입과 코로 호흡하는 것이 기이고, 신령스러운 것은 혼에 해당되며, 보고 듣는 것은 체이고, 총명한 것은 백에 해당된다. 혼기는 하늘로 돌아가고, 형의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반드시 귀와 신을 합한 연후에 교화가 지극히 이루어진다며 혼백의 존재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천지의 기를 부여받아 죽으면 천기는 하늘로 가며 이를 혼이 하고, 지기는 땅으로 가는데 이를 백이라 하여 혼백을 부르는 행위가 바로 제사이다. 풍수지리는 지기와 지색을 살펴 혈처를 통한 천지감응의 생기를, 인사의 길흉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1)
어둠이 감싸기 전, 방금까지 느꼈던 따스함이 평화의 전당을 선사할 명당으로 가는 입구라고 자신한다.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에 그림 같은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나면 어둠이 세상을 감싸는 시간이 도래하는데, 가슴에 품은 희망의 씨앗이 머리끝에 열매를 맺는다. 맺음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으로 곧 떠나리라.
"강물이 넘실거리고 붉은 삶이 사라지는 저먼 구석에..."
"분명 더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이 펼쳐져 있을 거야"
명당을 세운 최초의 황제는 상관적 우주론의 구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동중서(BC.179~BC.104) 같은 사상가를 적극 옹호한 한나라의 무제로 알려져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왕이 정령을 펴던 곳으로, 또한 혈 앞의 평탄한 지형을 의미하기도 하며, 풍수에서는 길지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한다. 명당은 대대례기, 예기, 주례, 맹자 등의 문헌 속에서 다양한 의미와 특징을 제시한다. 즉, 전통적인 의미의 명당은 건축물의 성격이 강했다면, 풍수에서의 명당은 길지 혹은 혈 앞의 평탄한 지형을 의미한다.2)
동네 경찰이 순찰을 자주 도는 장소가 있다. 아름다운 호수와 절경이 어울려진 공원이다. 전망 좋은 호수카페가 있다. 주차장 옆에 호수 공원에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날도 있었다. 지금은 줄기가 가느다란 꽃과 잔디가 호수 공원을 둘러싸고 있다.
한정록에서 말하는 명당은 산을 등지고 호수를 내려다보는 지형이야말로 가장 빼어난 곳이다. 그러나 그러 한 곳이라도 반드시 훤히 트이고 넓어야 하며, 또 긴밀하게 에워싸야한다. 훤히 트이고 넓어야 재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긴밀하게 에워싸여야 재리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사촬요에서 명당은 훤히 트이고 토질이 비옥하며 샘물이 맛이 있는 장소이다. 하나의 산과 하나의 물이 모여 유정한 지형을 이루는 곳은 소인이 머물고, 큰 산이 큰 형세를 가지고 형국을 이루는 곳은 군자가 산다.3)
마음에 구멍이 생기고 머리에 망상이 떠나지 않으면 두려움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방법을 찾지 못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헤어나지 못한 채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깨져 머릿속에서 그리던 형체가 현실에 나타난다.
"카프카의 뇌"
세상의 소음을 모두 끊고 싶어 졌다. 있는 힘을 다해 땅을 누른다. 두 다리를 절구 방망이질 하듯 발꼭지를 땅을 향해 콕콕 찍어 눌렀다. 흙 위에 검은 덩이가 포개고 있어 아무리 발 콕 질을 해도 쓸린 흔적만 신발에 고스란히 묻는다. 몸에 흐르는 피를 끓여 수증기가 밖으로 튀어나오게 두 팔을 머리끝까지 올렸다 엉덩이를 넘어서 허리등까지 쭉쭉 핀 채 발을 구른다.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핏줄과 거죽으로 둘러싼 대지에서 데워진 증기가 아지랑이 형식으로 세상 밖 세상에서 열매를 맺는다.
천변 붉은 벽돌 건물에는 물항아리가 가득 채워져 있는 물장구터가 자리한다. 밖으로 폭폭 맺힌 슬라임을 뽑아낼 요량으로 허물 변태용 티켓을 끊는다. 풀에 열가락을 모아 하나로 수작한 바가지를 물항아리에 담그고 염소 향수를 첨가한 물벼락을 가슴에 마주하고 천천히 발을 물방울 속에 기울인다. 강가의 조약돌처럼 물수제비 후 서서히 가라 안 듯 여덟 손가락으로 두 눈을 막고 양 엄지로 귀구슬을 눌러 귓구멍을 막은 뒤 머리카락이 물밖으로 나오지 않게 수통 안에서 가부를 튼다. 물속에도 소리가 있는지 웅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물밖에 나와 귀를 막아도 비슷한 소리가 쏟아지는데 지구 안에서 발생한 소리는 몸속에서도 차이가 심하지 않다.
헬멧을 쓰고 산에 오른다. 묵직한 공기가 머릴 누를 때 단단한 하늘이 다리를 끌어올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가 당연한데 발설하는 순간 눈을 동그라미 치켜 띄며 미친 인격으로 취급한다. 말이 어깨를 누르고, 글이 머리를 부수고, 영상이 눈을 빼앗는데 아무도 그거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의아함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 다 알고 그런 것인가, 입으로 결론을 내린다. 머리는 "아닐 거야" 라며 다시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입 밖으로 내보내면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머릿속 것들의 나눔으로 잠시 폭로를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꿀꺽 삼킨다.
속에서 부글거리는 아픔이나 복통이 있지만 친분이 없는 사람한테 그런 상태를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존재가 있다면 살짝 귀띔할 테지만 그런 위치에 없다면 배 안에서 흩어질 때까지 머리는 인내하며 이 또한 사라질 거라며 고통 감내를 응원한다.
저만치에서 들리는 기적소리가 혼자 상상한 눈 안에서 일어난다. 모니터에 깜박이는 검은 덩어리가 하나 둘 늘어날 때면 머릿속에서는 작은 이미지가 점점 커가는 망상을 하게 된다. 카프카의 변신이 머릿속에서 일어나 어두운 상자에 뇌를 담아 놓은 상태인데 주변에 갑충들이 서로서로 뜯어, 상자에 담긴 뇌를 갈아먹고 있다. 뇌 무게가 많고 적음, 딱딱하고 연약함에 따라 뇌의 부피가 쪼그라들면 본심이 상자를 뚫고 머릿속에서 뛰쳐나와 사방팔방 갑충들이 사람 형태를 뒤집어쓰고 변신한다.
눈을 감으면 검은 기운이 붙어서 눈을 뜨기만을 기다리는 망상에 눈을 뜨지 못하고 어느새 선잠에 든다. 잠에서도 현실에서 본 여러 형태들이 뭉글뭉글하게 나타나 도망하지만 견딜 수 없는 두려움에 깨어난다. 눈을 뜨고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에서 소용돌이가 커지면서 검은 물체가 스멀스멀 내려오기 시작한다. 눈을 감을 수도 뜰 수도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호수 공원 나무에 검은 형체가 걸려있어요"
"차를 타고 휙 지나가다 슬쩍 본 것이라 정확하지 않아요"
붉은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려오면 호수 공원 나뭇가지에 인과가 맺힌다. 인과가 맺힐 때마다 원인으로 지목된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해가 지나고 전망 좋은 호수 카페 주인은 그때마다 수시로 행정관청에 민원을 넣는다.
"무서워서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행정관청에서는 겨울이 되기 전에 호수 공원에 나무를 캐내어 다른 장소로 이사 보내고, 주변 주차장과 공원에는 꽃잔디, 핑크뮬리 같은 작은 야생화와 화초를 심어 더 이상 인과는 맺지 않는다. 다만 노을을 바라보고 주차된 차량에서는 가끔 번개탄 불향이 떠나지 못하고 빈자리에 앙 자국이 배어나게 물어뜯는다.
1) 김태오, 임병학 (2021). 천문(天文) 사상과 풍수(風水)의 상관성 고찰. 용봉인문논총, 59, 87-113.
2) 박정해 (2013). 명당의 의미와 특징 분석. 국학연구, 23, 651-683.
3) 서유구 (2005). 산수간에 집을 짓고. 경기도: 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