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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Oct 14. 2024

자살 예방

3부-2화. 동네 경찰 ▶ 자살 예방

하얀 거죽 거스러미에 솜털이 걸려 곁불 살이로 밤을 지새운다. 내려앉아 속살에 묻힌 지난 볕과의 포옹을 기대하며 목마름에 살 튼 구덩이에 혀끝으로 잇몸과 입안에 스며든 샘을 눌러 마련한 마중물을 부어 들뜬 따가움을 젖신다.


비늘에 덧댄 은빛 촛대 처마에 맺힌 감로, 볕을 태워 온기를 재우려면 방금 비껴 지나간 큰 바늘 행성이 작은 바늘 유성을 포개야 한다. 나뭇잎이 몸통을 흔든다. 곁에 붙어 있던 찬 이슬에 젖은 솜털이 차가운 바람에 붙어 잎 꼬리 부채질로 몸통은 사늘하게 기어든다.


동네 경찰에게 스스로 목숨을 희생하는 존재를 구하라는 특명이 떨어진다. 아방이 찰차는 바퀴에 각질이 벗겨지도록 최선을 다해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거라 다짐한다. 예방 장소는 호수 카페와 추모 공원으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된다. 사실 삼거리를 지나 굽이진 도로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지만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경우는 드물다.


"자살 예방은 근본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면 감성이 소멸되어 영속성이 사라지게 된다. 죽음에 관한 관념은 인류에게 있어 보편적인 것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죽음을 회피한다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삶 속에 의식적으로나 혹은 무의식적으로 남아서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살 장면이나 시신을 목격한 주변인에게 심리적 불안정한 감성이 전해지면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1)


사회적 지원을 받는 개인들은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좋지 않게 될 때 스스로 부담을 느낀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비판적인 상황에서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거나 정신적으로 우울증 증세가 있는 사람의 경우 자살 충동을 많이 느끼게 된다.2)


우리나라 농촌지역에서 발생한 노년기 자살자의 배우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사로 인한 상실보다 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만 이를 타인 앞에서 잘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되었다.


첫째, 장례 과정에서 남겨진 배우자의 힘든 상황이다. 장례의식을 주관하는 종교기관이나 지역 지도자들의 배려와 협조, 사회복지 기관이나 자살예방센터 등에서 방문 및 지원을 제공해 2차 위기를 방지해야 한다.


둘째, 자식들 앞에서조차 속마음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인다. 방문 및 지원 시에 유가족의 체면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주변 환경 요인과 그에 대한 인식에 따라 위기의 정도가 다르다. 자연 고립형이 제일 크고, 다음 자기 폐쇄형 중 가족지지가 없는 경우,  자기 폐쇄형 중 가족지지가 있는 경우와 일상 적응형 순이었다. 방문과 지원에 있어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넷째, 자살은 집안의 수치나 불명예를 의미한다. 공공 자원이 부족하여 자녀들과 내부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개인적 만남에도 항상 가족 체계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자녀와 내부 자원이 부족할 때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3)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한 한 부장판사가 남긴 글에서 “판사가 막말로 얘기하면 세상 사람들이 토하거나 배설한 물건들을 치우는 쓰레기 청소부와 같다”라고 심한 우울감을 표시했고, 자살하기 7개월 전에 자신이 다니던 교회 게시판에 판사에 대한 소회를 올려놨는데 “판사는 만능이 아니라면서 자신들이 가장 잘 알면서 왜 판사에게 판단해 달라고 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라고 전하고, 다른 한편으론 “애로와 직업병을 겪기도 하지만 참으로 보람된 일도 많다”라고 적었다.4)


하는 일의 업무 강도나 환경을 떠나 자신과 맞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우울하고 불행한 일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다. 경제적 이유를 논외로 하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시작하는 것이 불행을 피하는 방법이다. 경제적 또는 환경적 이유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상황을 회피하려는 마음이나 행위는 한심하고 보람도 없는 일이다.


젊은이들의 자살 위험 증가와 관련된 부모 요소들은 부모의 자살이나 조기 사망, 정신질환, 실업, 저임금, 낮은 교육, 이혼, 그리고 형제자매의 정신질환이고, 본인 요소는 짧은 교육 기간과 자신의 정신질환이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본인들의 정신질환으로 스스로 정신질환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5)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의미 없는 삶은 없기 때문이다."


행복한 감정 상태를 지속시켜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동 패턴을 유익하게 변화시켜 불면증을 덜어내고, 양질의 꿈을 통해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본인이 좋아하는 소소한 일에서부터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을 느끼면서, 슬픔과 우울을 과감히 던져 버릴 때 건강한 삶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가장 흔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정신 건강 문제로 신체적 질병과 장애, 삶의 사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 치료에 대한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은 대부분 발견되지 않고 치료되지 않은 채로 남아 노년기의 자살과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6)


사회경제적 박탈 경험이 노인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는 첫째, 공적연금을 받지 못했던 경험, 근로능력이 있으나 실업 상태였던 경험, 경제적 어려움으로 균형 있는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경험,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더 살 돈이 없었던 경험 등의 순으로 박탈 빈도가 높았다.

둘째, 배우자가 없는 경우,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자살 생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돈이 없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경험, 2달 이상 집세가 밀렸거나 집세를 낼 수 없어 집을 옮긴 경험,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어 균형 있는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경험, 공과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한 경험, 근로능력이 있으나 직업을 갖지 못한 경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더 살 돈이 없었던 경험 등이 노인의 자살 생각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7)


“운명의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8)
 
병사, 사고사, 자연사 각종의 사인은 다르지만 사용한 시간은 동일하다. 부분 접합의 시간에 따르면 일찍 운명한 물질은 엄청난 속도로 시간이 소실되었고, 자연사한 물질은 일찍 운명한 물질에 비해 천천히 소실되었다. 각각의 물질이 일정 순간에 만남이 이뤄지는데 그 시간을 ‘접합 시간’이라고 명명한다.

임종의 시간과 탄생의 시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접한 시간을 물질 상호 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작점과 끝점을 기록하는 것이고, 꿈을 꾸는 현상도 접합 시간을 정리하고 기록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았다.

개별 물질의 반응 시간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에 꿈속 세상은 다양한 세계관이 있으며 그 안에는 상평, 하평, 중간(평균) 세계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구분하고 인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질이 상대적인 상태라면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덩어리 형태로 군집되어 있을 때 동일한 시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물고기 뱃속에 들어 있는 물고기 알이나 계란에 있는 쌍알의 경우 각각의 물질이 동시에 소멸될 때, 동일 선상의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성 물질의 공간에도 계층이 분화되어 있어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가진다. 운명의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소멸의 시간에 따라 각각의 시간은 여러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생산(공급)된 시간과 소실(소비)된 시간은 변화되었는데 개념 자체가 특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존재했다. 사고사나 자살의 경우 각각의 물질이 시간 강도 사건에 공모하거나 개입하여 변화한 사례 중 하나인 것이다.


삶은 어떤 가치로 존재하였는가에 따라 지속될 수도 멀어질 수 도 있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소멸된 것이라 볼 수 없다. 흔적은 남아 세대를 넘어 자연 어딘가에 의미가 작아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1) 이지영, 이가옥 (2004). 노인의 죽음에 대한 인식. 한국노년학, 24(2), 193-215.
2) Brown, SL., Vinokur, AD. (2003). The interplay among risk factors for suicidal ideation and suicide:The role of depression, poor health, and loved ones' messages of support and criticism. American Journal of Community Psychology, 32(1-2), 131-141.
3) 최명민, 김가득, 김도윤 (2016). 자살로 사별한 노년기 배우자의 상실경험.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44(1), 76-105.
4) 구용회 (2010. 8. 4). 왜 “판사가 쓰레기 청소부와 같다”고 했을까. 노컷뉴스.
5) Agerbo, E. (2002). Familial, psychiatric, and socioeconomic risk factors for suicide in young people: nested case-control study. BMJ 2002; 325  doi: https://doi.org/10.1136/bmj.325.7355.74 (Published 13 July 2002).
6) Anderson, DN. (2001). Treating depression in old age: the reasons to be positive. Age and Ageing, 30(1), 13-17.
7) 강동훈, 김윤태 (2018). 사회경제적 박탈 경험이 노인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년학회, 38(2), 271-290.
8) 윤일식 (2021). 감성전이. 대전: 이친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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