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4화. 동네 경찰 ▶ 왕부모님
"동물이나 식물을 키워본 적 있는가?"
작은 어항에 ‘구피’라는 열대어를 키우고 있다. 같은 장소 다른 공간에서 헤엄친다. 어항 주변에 개별 상호를 가진 인간이 서식한다. 같은 장소 다른 공간에서 서성거린다. 서로가 상대를 관망하고 있다.
인간이 어항에 접근하자 한두 마리의 열대어가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온다. 그 뒤를 또 다른 물고기들이 따라 올라온다. 어느 순간 물고기들은 물 위를 날아오른다. 날아오르는 열대어를 바라보며 인간은 뭔가를 응시한다. 열대어 사료를 물 위에 놓아둔다.
어느 날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마리의 물고기가 거실 바닥 구석에 건조 멸치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얼마 후 물고기 한 마리가 어항에서 점프하여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내 뜰채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어항 안으로 넣어 주었다. 다행히 물고기 상태에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틀 전 어항 물갈이를 위해 유리 덮개를 제거하고 물 수위를 높인 상태로 유리 덮개를 올려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수조라는 공간에 정착한 물고기의 관점에서 보았다. 세상을 막고 있던 무엇인가 사라졌고, 없어졌던 물고기가 갑자기 뭔가와 함께 돌아왔다. 공간을 이동한 물고기가 갔다 온 장소는 숨쉬기가 적합하지 않은 세상이었고 어떻게 이동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건물 안에서 키우는 식물은 영양분이나 물이 부족할 때 잎을 떨어뜨리거나 탈색하여 생기가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인간이 관심을 가지고 식물에 물을 주거나 영양제를 놓아주면 얼마 후 떨어진 잎 부위에서 새순이 나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인간은 각각의 개체에 대해 이상적 존재가 되기도 하고 이상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도 타 개체가 제약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라면 평온한 삶의 유지를 위해 관심과 보살핌을 지속해야만 한다.
최초 높은 관심으로 타 개체를 자신의 관리에 놓아두고 평온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다 무관심 등의 사유로 타 개체의 삶을 방치한다면 이상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면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생산한다."2)
극복하려는 대상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발생하며 존재의 가치는 인식 가능성과 집중 여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3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물질과 비물질 대상에게 동일하게 부여된 보편 관계로 설명되지만 1인칭 존재자의 시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물질과 비물질 대상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부여된 특수 관계로 설명된다.
존재자의 시점에서는 삶과 죽음은 여러 단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관찰자의 시점에서는 삶과 죽음은 단편 일화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관찰하고 있는 대상의 시간과 공간은 기계적 장치에 의해 일정한 관심과 관점에 의해 평가되지만 당신의 시간과 공간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서울과 부산을 2회 왕복하는 열차가 있다. 첫 열차는 아침 시간 서울에서 출발하여 점심시간 부산에 도착하고, 두 번째 열차는 점심시간 부산에서 출발하여 저녁 시간 서울에 도착한다. 관찰자 시점에서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는 시간과 공간에 변화가 있었고, 방금 도착한 열차와 출발하는 열차는 시간과 공간이 동일하다.
첫 열차를 탄 손님은 서울에서 개미집을 구매하여 부산으로 가던 중 좌석 아래에 개미집을 놓아두고 부산에서 내렸다. 부산의 환경미화원이 열차 내부를 청소하면서 바닥에 놓여있던 개미집을 발견하지 못하고 빗질을 하면서 개미집이 쓸렸다. 몇 마리의 개미가 열차 바닥에 흩어져 버렸다.
개미집 주인은 열차 회사에 연락하여 개미집을 회수하였지만 일부 개미들은 두 번째 열차를 타고 처음에 출발한 서울에 도착했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개미집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있었다. 개미의 시점에서 개미집에 있던 존재와 열차에 흩어져 버린 존재의 시간과 공간은 특수하다. 또한 개미의 인식 가능성 여부도 해결되지 않았다.
1) 김수정, 차영화, 최샛별 (2020). 불평등한 미래: 청소년의 ‘꿈’, 지위표식이 되다. 한국사회학, 54(1), 101-138.
2) 윤일식 (2021). 감성전이. 대전: 이친구들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