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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Oct 21. 2024

왕부모님

3부-4화. 동네 경찰 ▶ 왕부모님

엄마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미혼모 상태로 나를 낳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아빠는 산에서 산삼을 캐다 뱀에 물려 죽었다고 들었다. 얼마 전 엄마가 계곡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지 백일이 지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 번도 엄마를 본 적이 없어 슬프지도 않다.


청소년들이 실제 생각하는 꿈은 어떤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꿈은 직업의 선택에서 찾고 있는데 가정의 지원을 기반으로 상층, 중층, 하층계급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상층계급 청소년들에게 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탐색하는 일이다. 부모로부터 전폭적인 물적, 심적 지원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노력으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을 갖는다.

중층계급 청소년들은 상층계급 청소년에 비해 제한적인 지원 아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이고, ‘성취 가능한’ 일을 선택한다.

하층계급 청소년들은 가정으로부터의 지원이 거의 없어 아이돌, 운동선수, 프로게이머 등에 한정된 꿈을 꾸거나 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꿈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청소년들에게 또래가 꾸는 ‘꿈’은 곧 현재의 그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이자 미래에 그가 점하게 될 위치를 알려주는 ‘지위표식’으로 기능한다. 중층계급과 하층계급 청소년들의 경우 현재 본인의 가정환경과 주변의 반응을 토대로 꿈의 크기를 자발적으로 축소하여 선택하기도 한다.1)


"동물이나 식물을 키워본 적 있는가?"

작은 어항에 ‘구피’라는 열대어를 키우고 있다. 같은 장소 다른 공간에서 헤엄친다. 어항 주변에 개별 상호를 가진 인간이 서식한다. 같은 장소 다른 공간에서 서성거린다. 서로가 상대를 관망하고 있다.

인간이 어항에 접근하자 한두 마리의 열대어가 수면 위로 헤엄쳐 올라온다. 그 뒤를 또 다른 물고기들이 따라 올라온다. 어느 순간 물고기들은 물 위를 날아오른다. 날아오르는 열대어를 바라보며 인간은 뭔가를 응시한다. 열대어 사료를 물 위에 놓아둔다.

어느 날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마리의 물고기가 거실 바닥 구석에 건조 멸치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얼마 후 물고기 한 마리가 어항에서 점프하여 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내 뜰채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어항 안으로 넣어 주었다. 다행히 물고기 상태에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틀 전 어항 물갈이를 위해 유리 덮개를 제거하고 물 수위를 높인 상태로 유리 덮개를 올려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수조라는 공간에 정착한 물고기의 관점에서 보았다. 세상을 막고 있던 무엇인가 사라졌고, 없어졌던 물고기가 갑자기 뭔가와 함께 돌아왔다. 공간을 이동한 물고기가 갔다 온 장소는 숨쉬기가 적합하지 않은 세상이었고 어떻게 이동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건물 안에서 키우는 식물은 영양분이나 물이 부족할 때 잎을 떨어뜨리거나 탈색하여 생기가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인간이 관심을 가지고 식물에 물을 주거나 영양제를 놓아주면 얼마 후 떨어진 잎 부위에서 새순이 나고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인간은 각각의 개체에 대해 이상적 존재가 되기도 하고 이상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도 타 개체가 제약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라면 평온한 삶의 유지를 위해 관심과 보살핌을 지속해야만 한다.

최초 높은 관심으로 타 개체를 자신의 관리에 놓아두고 평온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다 무관심 등의 사유로 타 개체의 삶을 방치한다면 이상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다면 본인이 어떤 존재인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할머니는 아침에 병원에 가셔서 집에 오지 않은 할아버지를 찾아서 밖을 나섰다.

아픈 남편 걱정에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 나갔다.

할머니는 점심이 지나고 저녁이 되었는데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병원 진료를 마치고 몸이 불편하셔서 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오셨다.

할머니를 찾아 집 주위를 뒤진다.

아무리 주변을 살펴도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할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간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동안 할아버지를 원망했다. 할머니도 원망했다.


"왜 할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오셔서, 할머니는 정신도 온전치 않으면서 나가서..."


"내가 왜 그 시간에 없어서 할머니를 찾고 있는 것일까?"


내가 나를 원망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할머니가 왔는지 찾았는지 애탄다.

날씨가 너무 춥다. 영하 10도 할머니가 걱정된다. 동네 경찰에 신고했다.

할머니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따뜻하게 운동하듯 나서는 것이 동네 어귀 방범카메라에 담겼다.

다행인지 따뜻하게 입고 나가셔서 걱정은 덜 했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 밤 10시가 넘어가는데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는지 찾을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피가 말라가는 느낌이다. 목구멍이 타들어 간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아니 그립다. 사무친다.

사실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기억을 잘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병을 알리기 싫어서 아니 창피할까 알리지 못했다.

지금 너무 후회된다.

동네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할머니를 살펴주었을 것이다.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뜨거운 눈물이 이내 마른 얼음이 되었다.


"할머니 얼마나 추워, 미안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얼마 뒤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 아래로 내려가셨다는 슈퍼 사장님의 말을 들었다.

주택 지역이다. 할머니가 지쳐있는 것을 주민이 보고 연락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계속 걸으면서 내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디 따뜻한 곳에 계시겠지"


"친한 분을 만나서 함께 잘 계시겠지"


새벽이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 나 혼자만 살아 있는 느낌이다.

머릿속은 이미 백지장이 되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할머니는 살아있다. 할머니는 살아있다. 되뇌고 있다.


"신께 기도드립니다."


"할머니를 제발 살려 주세요."


이젠 발을 뗄 힘도 소리를 나눌 힘도 없다.

할머니가 부르는 환청이 들렸다.

한 시간 자고 다시 시내를 나섰다.

할아버지가 팔을 잡는다.


"어디 잘 있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 두 눈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도저히 이 상태로 집에 있을 수 없다.

제보가 들어왔다. 할머니처럼 보이는 분이 새벽에 지나갔다고 한다.

다리가 갑자기 풀렸다. 살아 계시다는 희망이 생겨서 행복했다.

할머니를 봤다는 장소가 너무 멀다.

슈퍼 아저씨가 말한 장소와 반대 방향이다.

영상에 보이는 형상은 할머니가 아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간신히 쌓아놓은 돌탑이 무너져 내린다.


"시간과 공간은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생산한다."2)

극복하려는 대상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발생하며 존재의 가치는 인식 가능성과 집중 여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3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물질과 비물질 대상에게 동일하게 부여된 보편 관계로 설명되지만 1인칭 존재자의 시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물질과 비물질 대상의 관심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부여된 특수 관계로 설명된다.

존재자의 시점에서는 삶과 죽음은 여러 단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지만 관찰자의 시점에서는 삶과 죽음은 단편 일화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관찰하고 있는 대상의 시간과 공간은 기계적 장치에 의해 일정한 관심과 관점에 의해 평가되지만 당신의 시간과 공간은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서울과 부산을 2회 왕복하는 열차가 있다. 첫 열차는 아침 시간 서울에서 출발하여 점심시간 부산에 도착하고, 두 번째 열차는 점심시간 부산에서 출발하여 저녁 시간 서울에 도착한다. 관찰자 시점에서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는 시간과 공간에 변화가 있었고, 방금 도착한 열차와 출발하는 열차는 시간과 공간이 동일하다.

첫 열차를 탄 손님은 서울에서 개미집을 구매하여 부산으로 가던 중 좌석 아래에 개미집을 놓아두고 부산에서 내렸다. 부산의 환경미화원이 열차 내부를 청소하면서 바닥에 놓여있던 개미집을 발견하지 못하고 빗질을 하면서 개미집이 쓸렸다. 몇 마리의 개미가 열차 바닥에 흩어져 버렸다.

개미집 주인은 열차 회사에 연락하여 개미집을 회수하였지만 일부 개미들은 두 번째 열차를 타고 처음에 출발한 서울에 도착했다. 관찰자의 시점에서 개미집은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있었다. 개미의 시점에서 개미집에 있던 존재와 열차에 흩어져 버린 존재의 시간과 공간은 특수하다. 또한 개미의 인식 가능성 여부도 해결되지 않았다.


1) 김수정, 차영화, 최샛별 (2020). 불평등한 미래: 청소년의 ‘꿈’, 지위표식이 되다. 한국사회학, 54(1), 101-138.
2) 윤일식 (2021). 감성전이. 대전: 이친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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