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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년하루 Oct 28. 2024

화랑훈련

3부-6화. 동네 경찰 ▶ 화랑훈련

신선 농장에서 탈주한 붉은여우가 자주 목격된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몰 지역 중심으로 붉은여우 생포를 위한 민관 합동 작전이 시작되었다. 목격된 개체수가 3마리 정도로 추정되며 민가에서 키우는 닭을 습격하여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을지연습이 끝나고 화랑훈련이 시작되면서 붉은여우를 찾아 생포하면 포상이 따를 거라며 훈련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는 특명이 하달된다.


을지연습은 전시 비상사태를 가상으로 설정하고 작전에 참여한다. 여기서 사용된 연습은 연합·합동작전 과정에서 작전술 제대의 작전기획, 준비, 시행을 포함한 군사 기동 또는 모의된 전시작전의 시행절차 숙달과정을 말한다. 을지는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 비상대비훈련이다. 참여 기관 및 관계자들은 메시지와 문서로 조치하는 훈련, 중요사안을 토의하고 해결하는 회의형 훈련, 사람과 물자 등을 참여하고 동원하여 실시하는 훈련으로 구성된다. 6·25 전쟁 당시에도 준비 부족으로 심각한 피해와 어려움을 겪으며 비상대비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기습사건 이후 태극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을지프리엄가디언이라는 이름을 거쳐 현재 을지연습으로 불리고 있는 국가적 훈련이다.


화랑훈련은 1997년 제정된 통합방위법에 따라 적의 침투, 국지도발이나 위협 등을 대비하여  통합방위본부 주관 하에 전·평시 작전계획 시행 절차 숙달, 지역주민의 안보의식 고취, 민·관·군·경·소방 통합방위태세 확인 등을 위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및 특별자치시·도를 11개의 권역으로 구분하여, 각 권역별 격년 단위로 시행하는 정례훈련이다. 여기서 말하는 훈련은 전술 제대의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인 숙달 과정을 말한다. 화랑훈련은 을지연습보다 규모는 작지만 실전 상황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내용을 다루는 만큼 역시 중요하다.      


금번 화랑훈련에 참여한 군에서는 적군과 청군 사이 게릴라전을 치르고 경찰은 후방 지원을 요청하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추가로 붉은여우 생포 작전은 군을 제외한 민·관·경·소방만 별도 시행한다. 동네 경찰은 방탄모에 붉은 띠를 차고 있는 적군을 검거하면 훈련 상황이 종료되니 시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당부 사항을 지시받는다. 이전에 시행된 훈련에서는 행정관청 건물이 적군이 써놓은 폭파 용지에 의해 폭파되었고 적군은 일체 검거하지 못한 채 훈련이 종료되어 점검사항에서 미흡사례로 평가받았다.


동네 경찰은 이번 참여한 화랑훈련에서 적군을 검거하여 재작년에 받은 지적을 되갚아 주자고 다짐한다. 호수를 막아놓은 댐 주변에서 붉은여우를 보았다는 동네 주민 제보가 파출소로 연달아 접수된다. 유해조수구제단에서 임시로 전해준 큰 잠자리채 같은 접이식 포획도구를 챙겨 댐 주변으로 경찰차를 이동한다. 호수를 달리자 바람이 일어난다. 파란 잎 사이에 빨갛게 물들어 설렌 잎술이 바람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람과 춤을  뒤 호수로 사랑배를 띄운다. 이때 무전음이 바람에 실린 낙엽에 올라탄다.


"화랑훈련 관련하여 적군이 우리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안전에 유의하고 적군 검거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동네 경찰은 아름다운 호수 카페를 지나면서 어제 꾼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꿈에서 할머니가 나왔는데 아무래도 작년 겨울에 있었던 할머니가 가끔 꿈에 나타난다며 대화를 이어간다.


"매자 할매"

선생과의 싸움으로 유급 위기에 처한 3학년 4반 채석은 교생 채승의 지적에 화가 나 마지막 수행평가서를 찢어버리려는 찰나 성준이 나타나 잠시만 참아 달라며 채석을 만류한다. 2층으로 이뤄진 기숙사 침대 구석에서 이불을 덮고 숨을 몰아쉬고 있던 채석을 향해서 할 말이 있으니 2층 침상 위로 오라고 전하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학교 더 다닐래 아니면 그만둘래"

대화로 풀어야 될 일을 이런 식으로 되지도 않는 감정 쌓기를 하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고등학교가 대학교도 아니고 4년을 다니려고 하니, 어서 사과하는 것이 신상에 좋지 않을까?

잠시 후 꽃을 사러 꽃집에 들렀는데 주인이 자리를 비워 가게 앞에서 성준이 기다리고 채석은 내부 마룻바닥에 펼쳐진 홑이불을 방석처럼 깔고 앉아 8분의 시간이 흐를 때쯤,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들어서더니 채석을 보고 당장 이불을 걷어 내놓으라고 호통치자 채석은 고개를 숙인 채 민망함을 표시한 뒤 화제를 돌린다.

성준이 꽃말이 사과인 꽃을 찾자 주인아주머니는 있나 모르겠다며 주변에 있는 꽃을 훑어보는 사이 채석은 생기 잃은 장미꽃 한 송이를 집어 들더니 상한 꽃잎을 떼어 성준 앞 바닥에 떨구는데, 다른 장미송이도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주인아주머니는 없다고 하는데 꽃집 아저씨가 뒤뜰에서 개망초라는 꽃에 안개꽃을 섞어 가져오더니 성준 앞에서 이 꽃말이 '맑은 마음의 사과'라며 채석에게 건네준다. 꽃을 건네길래 얼마냐고 묻자 구천이라고 하여 카드로 계산하려는 채석을 붙잡아 현금으로 계산하니 주인은 연하게 웃음을 보여 추가로 뜯긴 장미꽃 한 송이와 제일 작은 물 받침대도 현찰을 주고 구입해 기분 좋게 나온다.

옆 과일 가게 할머니가 채석을 살짝 부르더니 복숭아와 사과, 작약을 사면 좋은 일이 생긴다며 사천을 달라고 하자 채석은 못 미더워 이왕 속는 거 꽃이 핀 과일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하니, 할머니는 직접 그린 민화 꽃을 사과, 복숭아, 작약에 붙여서 건네주더니 채석 엉덩이를 톡 치고는 담에 또 보자며 웃는다.

과일 꽃 할머니 점지로 채승과 채석은 6년 뒤 같은 학교 선생과 교생으로 만나서 부부교사가 되었다는 학교에 떠도는 전설로, 사과를 할 때는 상대가 감동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복사꽃은 화해, 작약 꽃은 새로운 시작, 사과 꽃은 유혹의 꽃말이다. 매자 할매가 전해준 생과일에 그림 꽃의 화해는 유혹의 새로운 시작을 틔운 샘이고 성준은 채승 샘의 할머니가 7년 전에 잃은 외손자의 꽃말이었다.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댐 아래에 있는 관리소 부근에서 붉은여우가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었단다. 포획장비를 챙기고 만일을 대비해 소방과 행정관청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연락도 받는다. 동네 경찰은 그늘이 갈라진 개나리 덩쿨 아래 경찰차를 주차한다. 차량 트렁크에서 포획도구를 꺼내 조심스럽게 댐 시설 관리소로 발을 옮긴다.


붉은여우가 목격되었다는 관리소 안쪽에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혹시나 적군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여 도로변에 바짝 붙어 소리를 죽여가며 접근한다. 대략 5미터 전방에  A4 용지에 빨간색으로 인쇄된 폭파 종이를 벽 쪽에 두고 풀칠하고 있던 적군 4명을 구두로 사살하고 1명을 생포한다.


"붉은여우가 나타나 시선이 팔려 사주 경계를 하지 못해 경찰 접근을 몰랐습니다."


"방금 시작했는데 이렇게 종료되면 안 됩니다."


사건 발발 활동 시작 10분 만에 적군 전원을 섬멸하여 위 사항을 무전으로 전파한다. 해당 사항을 전해 들은 군에서는 너무 빨리 끝나면 안 된다며 풀어주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동네 경찰은 재작년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전달한다. 완강한 거절 의사로 적군을 경찰에서 검거한 것으로 훈련 종결한다. 화랑훈련 역사상 최단 시간 적군 섬멸로 종료가 되었다. 훈련이 끝나고 포상이 이뤄지는데 동네 경찰에게는 부대장 표창장은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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