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년하루 Nov 04. 2024

전출 신고

3부-8화. 동네 경찰 ▶ 전출 신고

경찰은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에 걸쳐 정기 인사이동을 시행한다. 지역경찰의 경우 대체로 2년 주기로 근무지를 변경하는데 도심 경찰관서의 경우 치안 수요를 기준으로 급지 순위를 관련 규정에 근거하여 결정한다. 치안 수요가 많아 근무 강도가 높은 지역관서는 1년 6개월 기준으로 1차례, 6개월 잔류 여부를 근무자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한다.


도심 중심 지역관서의 경우 소속 인원이 백 명이 넘어 시골 지역 3급 경찰서 전체 인원과 비등한 경우도 있다. 동네 경찰은 산골과 농촌이 어우러진 마을 중간 정도에 지역관서인 파출소가 위치해 있다. 근무 인원은 단출하고 신고 사건이 많지 않지만 다양한 사건을 처리한다. 도심 경찰은 다양한 분야에 업무 분장이 세분화되어 있지만 동네 경찰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사건 접수부터 송치 까지 증거를 수집하고, 관련 서류의 대부분을 작성하여 편철하는 만능 가제트되어야 한몫을 한다.


사건을 능숙하게 처리하기 위해 가족을 상대로 진술서 작성 연습도 해 보았다. 자녀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불러다 놓고 어떤 이유로 다투게 되었는지 6하 원칙에 따라 작성한 서류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지금은 집단 폭력 사건도 사랑의 짝대기를 그어가며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지만 도시 경찰에서 시골 동네 경찰로 처음 전입 신고를 하고 사건을 맡았을 때 관련자를 상대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일면식 없는 상대에게 초보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담담하게 서류를 작성했지만 등뒤에 흐르는 땀은 샘물처럼 솟아나 진땀을 빼면서 사건을 마주한 경험이 아련하게 밀려온다.


"동네 경찰, 십계명"

첫째, 법률 지식과 잡다한 상식을 가진다. 범죄가 법률상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과 조각 사유 등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책임과 한계에 관한 정확한 법률 지식 습득에 전력을 다해 연구해야 한다.

둘째, 민원인이 묻는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한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제가 이런 경험은 없어서 죄송합니다” 모르는 것은 미안한 것이고, “정확한 내용을 알아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 양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은 경찰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른다고 창피해하거나 우기지 마라 그러면 국민은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다.

셋째, 경찰은 변호사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주력한다. 조정과 합의는 검사, 변호사, 판사가 하는 일이지 경찰은 개입하지 말라. 그들의 용기를 건드는 것은 좋지 못한 사례로 직무유기, 직권 남용의 법률로 상대할 수 있다.

넷째, 민원을 최소화하여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아무리 한쪽이 나쁘더라도 사적 감정이 개입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다섯째,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 민원을 최소화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상담 요청의 대부분은 경찰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소연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청하는 것이지 국민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민사 사안이라고 발을 쉽게 빼지 말고 최대한 경청토록 하라. 국가에서 지원하는 법률구조공단이라는 좋은 기관이 있다. 경청을 다한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법률구조공단을 안내해 준다. 명함을 건네면서 법률구조공단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전해주면 좋을 것이다.

여섯째,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경찰은 자기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 주길 바란다. 잘못한 것에 책임지고 잘한 것에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 신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고자님의 신고로 귀중한 생명, 재산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신고자님의 용감한 행동에 감사할 것입니다. 저희가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고자님 고맙습니다.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곱째, 사건의 진행 절차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대다수 국민은 경찰과의 연을 맺고 있지 않다. 경찰 가족인 경우는 있지만 실제 경찰관서에 방문하거나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건 진행 절차에 대해 상당히 궁금해한다. 결과를 최대한 빨리 예측하고 피해 보상을 즉시 받으려고 한다. 경찰은 이런 국민에 대해 사건의 진행 절차를 고지하여야 한다.

여덟째, 수사 주체로 주체성과 능동성을 가져야 한다. 수사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범인을 검거하는데 목적이 있다. 한 명의 범인을 잡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열 명의 범인 검거 보다 한 명의 선량한 시민이 억울하면 절대 안 된다.

아홉째, 여러 가지 많은 사람 중 동료를 믿고 의지해야 한다. 동료가 한발 물러서면 다른 동료는 두 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서로를 의지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발을 뺀다면 옆에 동료는 누구를 믿고 일을 하겠는가? 현장에서 두려움 없이 어두운 그림자를 상대할 수 있도록 동료 간의 믿음은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고 지금이라도 내 옆에 있는 동료에게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웃음을 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열째, 언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경찰관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공정한 심판이어야 한다. 강도범이고 살인범이라도 절대 욕설과 폭력은 안 된다. 욕하지도 때리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말꼬리를 잡히는 언행은 절대 안 된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꼬마 경찰이 동네 경찰로 전입 신고한 지 2년이 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곧 다른 발령지로 명을 받아 전출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시기가 된 것이다. 산골에서 바다가 있는 해변으로 떠난다. 기대반 걱정반 그리고 설렘이 기다린다.


"동네 경찰, 바람"

경찰도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주인인 국민이 경찰을 향해 견고한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목숨 바칠 확신이 들어서야 합니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간혹 불신 사례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찰은 위급 사안에 몸을 빼지 않습니다. 평상시 국민이 지지하고 신뢰할 때 비로소 불안시 경찰이 국민을 지켜주고 희생합니다. 무섭고 괴로울 때 다가서는 경찰입니다. 밥을 축낸다고 비아냥 거리지 마시고 다독거려 주세요.


다음 는 에필로그입니다. 동네 경찰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