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가 흑으로 수명 한다
하늘이 열리고 먼지가 흩어지자
반동들 재잘거림 무덤 밖으로 구른다
파묘 징발관 수갑에 흑선을 재우고 내려와
두툼한 입술을 다문 채 고함을 내려놓는다
목관묘 화롯불에 알밤 화통 터진 날
운명선 자락 금물린 사체는 불바람 맞으며 이장한다
시체를 에워싼 가림막에 먹물이 들어차자
난데없이 나타난 거랑꾼이 뼈를 추스르더니
하늘 누운 명당에 가묘자리를 선점한다
잘게 잘린 시간이 멈춰 선다
고통에 상처 난 허연 가락이 하늘에서 쏟아지고
초침 흔들림이 끊어지자
죽음 위에 자란 백발을 쓸어 올린다
장례식장 입구에 탈선 걸음을 채우고
그은 선 위에 고인을 맞이하며 사열한다
정적이 들린다
드르륵 소리가 흐른다
하늘 저편 결과에 따름 없이
하얀 가루는 단지 안에 종속한다
재잘 구름이 갇히고 적막이 덮이면
부딪힘에 상관없이 온누리가 흑으로 수명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