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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길들이기

수꽃으로 길이 든다

by 천년하루


화장한 날씨다

뭘 기대하고 밖을 나서나

바닥에는 거뭇거뭇 이고 가던 물동이 홀린 듯

드문드문 덜 마른 물 향이 눈 바닥에 입을 맞춘다


일낸 구름을 쳐다본다

손바닥이 하늘을 맡아보는데

손등에는 물덩이를 홀리지 못해

추적은 이미 다른 동네로 밀월 갔나 보다


하늘이 열린다

저 은하수 틈 자란 무명꽁초

수로 옆 네모난 게이트 천변 광장

들풀과 가로수 입 손님들

물결 항구에 흙이은 카페단지들

주변에는 ‘풀가네 맛집’을 찾은 하객들

영미 이름을 가진 깽깽이, 개꼬리, 애기똥이 모여든다


요즘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일회용 다이어트를 해야 해

옆에서 나올 때면 숨을 내뱉어

배를 홀쭉하게 최대한 오징어 스타일로 판금 해


저 비호 까불대더니 청사초롱에 입 맞추네

힘겹게 꺼낸 양산을 계곡 빈틈으로 올려 축포를 틔운다

물잎 흩날린 춤사위에 민낯 벌판은 꽃으로 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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