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성체를 퀴리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자성을 잃는다
책다듬이 시절 책장에 꽂혀
문학 전집을 옮겨 다니다
연인 사이에 애틋함을 공간의 맞춤으로 이해할 때쯤인가
장맛비 기세에 눌려
천장 속 흘러나온 탐욕의 허기에
파우스트, 돈키호테가 되어 알 수 없는 이상 세계에 빠져든다
우연히 맞이한 이성 세계의 주홍 글씨,
보봐리 부인, 채털리 부인과 좀 사랑
방랑기사 갑옷에 걸쳐 품 안에서 이루지 못한 세상으로 맞이한다
심장이 벽을 때려
중심이 떠오르는 벅찬 기쁨의 탈출을 감독할 때면
세르반테스 등 아래 흰 속살이 검게 물든다
비친 속 세상을
먼지다듬이 유충으로 품은 세월
태엽에 갇혀 굶주린 뱃고동을 훔치다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무리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주인공 현주를
찾아 나선 애달은 책벌레
밤거리에 주인공 없이 배회한 저편도 잊지 못한다
어느덧 배고픔을 건너뛴 곰팡이 접한 성충
애달픈 노부부의 애끓는 자석 연기에 닭살이 그만
불완전 자기 변태를 일으켜 스스로 자기화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