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 밤느정이

글작가를 사랑하며 밤나무 꽃을 피우다

by 천년하루

다섯 번째 랜덤 박스가 꿈틀꿈틀 정체를 꾸는 종점에 내려놓는다

서면 밤거리 털갈이 파란 가시가 목질이 되길 바라던 샛밤시절

밤샌 다리가 떨려 앉은 정류소 벤치에서 만난 첫 내음

벌떡 일어나 근원을 잡고 싶은 용기

하늘로 흩어져 고민에 못질할 때

휙 하고 지나간 화물차 소용돌이

저 멀리 날아가는 체취를 뇌 속에 간직한 채 밤송이는 익어간다


종점에 잠든 향내를 베란다에서 만난다

일 년에 한 번 오일 간 향취가 코 끝에서 발아해

웃바람에 올라타 해마에 간직한 뇌 섹에 뉴런 불꽃을 피운다

바람이 산들 불어오는 거실 끝 동향 정원

반들반들한 살에 기다란 허벅 줄기를 타고

가지 촉수에 올라선 꽃잎, 조금씩 벌리며

은은한 물결을 잔잔하게 연주하듯 홑 뿌린다

몸내에 흠뻑 취해 보려 코 끝을 꽃잎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조금의 향도 공간에 빼앗기지 않으려 은밀하게 밀착한다


보름 지남에 끝 취글밭을 찾아 헤매다

진이 빠지면 글발에 넘어져 상처를 덮어 벤다

서서히 흐르는 피가 분홍빛으로 퍼지자

빈혈 정신이 새든 글귀에 온몸을 비비며 진기를 공간에 묻어 버린다

꾹꾹 누른 이 달리면 흥분한 밤글이 들키지 않으려 입을 닫지만

속에서 끓어 오른 열기에 흘러내린 건밤은 새벽을 감아올린다

삼가 모른 척 하지만 모르게 두고 싶지 않다

향이 넘치는 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글 품에 물들면 밤 정은 흐르지 못하고

가슴 정은 두근두근 밤송이가 불꽃에 톡톡 밤마다 뛰어다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