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는 들고 다니자
오늘은 구름과 비가 없다
오른 하늘에 선선한 바람
자연의 향기가 쏟아지는 그런 날이다
동묘공원 관우 사당에 들러 두 손 모아 잔을 들다
낮술에 취하고파 동묘* 한옥마을로 향한다
도시는 여느 때처럼 거드럭거린다
속 없는 둥근 철판의 반 막힌 구멍에 아지랑이 향 태우고
대낮 주정쟁이 요동춤사위*는 궁둥이를 올리지 못해
주사 공연 끄트머리 어둑이 취한 공간
때 묻힌 마을 뒷벼락 소문 없이 발길을 돌린다
귀향길에 고개 숙여 샛문 든 맨홀 뚜껑을 피해 겉돌다
보초선 밝은 조명이 왼쪽 눈꼬리에 걸려 고개를 튼다
대충 덮어 바른 보도와 차도가 구분 없는 아스팔트
길가의 주택 담벼락 위
녹슨 철사에 걸친 연분홍 빛깔이 내 앞을 비춰
장신 그림자 소인될 때 눈부심
목 없는 길 자국 게눈 감기듯
턱없이 고개 들기 싫은 날이다
사당 귀퉁이에 선글라스를 벗어 놓았다
내일은 휴관인데
동묘 벼룩 장터에서 도깨비를 만날지도 모른다
* 동묘(동관왕묘) : 서울 흥인지문(보물) 밖에 있는 동관왕묘(東關王廟)는 중국 촉한의 유명한 장군인 관우에게 제사 지내는 묘이다. 동관왕묘를 짓게 된 이유는 임진왜란 때 조선과 명나라가 왜군을 물리치게 된 까닭이 성스러운 관우 장군께 덕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서 인데, 명나라의 왕이 직접 액자를 써서 보내와 공사가 이루어졌다. [출처: 보물 서울 동관왕묘 (서울 東關王廟) | 국가유산포털 | 국가유산 검색]
* 요동춤사위 : 동래(東來) 들놀음의 춤사위.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궁둥이를 땅에 붙이지 않고 장단에 맞춰 몸 전체를 움직인다. 또 반대로 누워서 등과 궁둥이를 위로 향해서 치켜들고 사지를 땅에 붙인 채 전신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