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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데기

그렇게 살았나 봅니다 (2)

by 천년하루

서리는 안팎 콧등을 외면하지 못했다

어머니 고무신과 하얗게 밤을 지샜고

어머니 백열구는 낮밤을 가리지 못해


밤나무 아래 알밤 떠난 밤송이

초점 잃은 가시로 담을 돋다

습속 애벌들에게 포로가 되어

들짐승을 밤낮으로 경계했다


아침상 차리려

고무신 부리를 손등으로 털어내고

간난 불 채우려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앵두 코를 엄지와 검지로 감싼다


아궁이에 덜 익은 나뭇가지 눈물 쏟아

마른 불씨로 여물지 못하고 헛물켜다

내려앉은 물안개 곁을 주지 않고 밀어내


김으로 허기를 채우고 불향으로 간을 잡아

난 부모 뒤로하고 잘린 뿌리마다 송액이 흘러

안손은 잿빛으로 덕지덕지 분칠이다


아가 그러면 못쓴다


물 데워서 얼른 오너라


서리 맞아 꺾인 가지에 설움 들어

하얀 거품을 토해, 물손 어머니

공깃밥 뜬 주걱에 내린 서릿발로 배를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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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