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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Feb 05. 2024

번외 3) 멘탈관리하기

첫째도 둘째도 정신!

 한국에서는 일이든 공부든 제일 중요한 게 멘탈관리라 배웠다. 그리고 이 룰은 미국간호사가 되는 길에서도 통한다.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 길고 여러 가지인 만큼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 길을 가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여러 과정 중 가장 멘탈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두 개만 설명하면 첫째, 영어점수를 만들 때이다. 지금은 토익, 토플, 아이엘츠, 오이티 등등 여러 가지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해졌지만 그렇다 해도 말하기와 쓰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한두 번의 시험만으로 원하는 점수를 받는 소수의 능력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고난의 역경을 헤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평생 써온 모국어의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외국어를 구사해야 하는 조건 자체가 하루이틀 벼락치기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데다가, 그 정도로 준비를 해도 실전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변수가 있기에 본인의 언어실력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이민수속에서 대사관 비자인터뷰를 기다리는 전반적 프로세스이다.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데 왜 힘든 거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끝났지만 무한정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고문과 같은 일이다. 나 역시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비자인터뷰 일정을 받았음에도 문호후퇴라는 상황으로 인터뷰가 취소되고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는지 몸소 겪어보고는 이해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미리 회사를 그만두거나 재산을 처분하지 말고, 평소처럼 일하고 지내면서 비자인터뷰에 참석하라는 미 대사관의 안내가 있을까! 나는 이 문구에 빵 터지고 말았다. 아마 많은 분들이 경험했던 일이라서 그런 거겠지?


그리고 의외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에 나의 해외취업 또는 이민을 알고 있는 가족과 지인의 추궁(?)이다. 처음 준비할 때는 다들 쉽고 빠르게 가는 것처럼 보여서 어느 정도 준비하고 성과가 보이게 되면 주변에 하나둘씩 자신의 계획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비자를 받아서 출국하기까지 나의 상황을 아는 그들에게 끊임없이 추궁을 당하게 된다. 언제 가냐, 가긴 하는 거냐, 그 정도면 안 가는 게 낫지 않냐 등등.. 자신의 의지와 마음이 이미 굳어졌다 해도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말에 흔들리지 않고, 괴롭지 않다면 당신은 이미 멘탈 갑인 것이다.


그럼 이런 열악함에도 나의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솔깃하지 않은가? 이 방법은 내가 앞서 나열한 많은 상황에서 먼저 겪은 분들을 통해 들었고, 나 역시 이제 되돌아보면 그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건 바로 '잘하려고 하지 말고 포기만 하지 말자'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나도 모르게 휩쓸리며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잘하려고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잘할 수 없다고 판단되거나 이미 도태되었다고 생각되면 그냥 손을 놓아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도 경쟁사회에서 자랐고, 그 경쟁에서 많은 부분은 우위에 있는 편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마음이 항상 편안한 것도 아니었으며 또 다른 경쟁에서 뒤처졌을 때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경험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해외간호사를 위해 또는 해외에서의 직업이나 이민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에서의 이런 경쟁까지는 필요치 않고 하나하나 나에게 주어진 것을 충실히 하고 혹여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멘탈이 붕괴되더라도 얼른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기만 한다면 어쩌면 한국에서 죽는 날까지 남을 이겨야 하고 내가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은 덜한 곳에서 나를 위해 시간을 쓰며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영어공부도 남과 비교해서 발음이 어쩌구, 유창함이 어쩌구 그런 것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좀 더 나은 실력이 될 수 있도록 단어 하나라도, 문장 하나라도 꾸준히 공부하고 써먹겠다는 목표로 공부를 하는 것이 포기하지 않는 방법이겠고 기다림의 시간도 결국은 그 끝이 있으므로 그간 해보지 못한 다른 것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며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보면 좋겠다. 또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집요한 이야기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저 나에게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 해석하며 웃으며 넘길 수 있다면 어느새 나의 멘탈은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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