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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Feb 12. 2024

하고 나니 어때?

오랜 도전의 일단락을 바라보며

29살이라는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뒤로하며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간호사가 된 이후에는 40이라는 나이도 훨씬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로 가기로 결정하면서 내가 느낀 바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며 말 그대로 도장 깨기를 하나씩 할 때는 그저 그 과정이 너무 버겁고 힘들고 슬프고 괴로웠다. 내가 선택했고 그 끝이 분명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하는 건가... 하는 말을 정말 수도 없이 뱉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사는가. 그냥 평범하게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냥 편하게 살면 되는데 왜 일을 이렇게 벌이고 이 때문에 고민하며 괴로워하는가!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막상 하나씩 준비한 일들이 진행되어 가고, 결국 모든 과정이 끝난 뒤에는(그래봐야 영주권을 받는 이민비자를 손에 쥔 것이었지만) 뿌듯한 마음이 가장 컸다. 주변에 미국이민을 준비하거나 본인이 준비한 적이 있는 분들은 이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실 것이다. 미국은 영주권을, 아니 모든 종류의 비자를 그리 쉽게 주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은 더욱이 그렇다. 많은 우리나라분들이 학생비자 또는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가서 신분변경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은 이민을 목적으로 비자를 받는 것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라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벌어질 미국에서의 정착과정을 생각하면 이런 도전적인 생활은 다시 리셋(Reset; 시작)이겠지만 한국의 간호사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잘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이 어렵고 힘든 과정을 다 겪어내고 미국을 가는 사람들-나를 포함하여-을 보면 정말 독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말 몇 마디로, 글 몇 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 많고 많은 산이 있으니 말이다.


해외로 간호사 취업 또는 이민을 가는 경우에는 한국에서의 경력이 발판이 되므로 대부분 짧게는 1-2년, 많게는 10년 이상의 간호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길든 짧든 간에 자신의 안정적인 틀과 삶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마음 자체를 정말 높이 산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1인으로, 지금까지도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미국간호사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이룬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과거의 시간 중의 1등이었다.






이제 나는 내 인생에서 선택한 가장 큰 변화의 문 앞에 서있다. 그리고 오랜 도전의 일단락을 되돌아보는 중이다. 정말 수고했고 고생했어. 고생하고 힘들어하던 시간에 비해서 얻은 것은 찰나였지만,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정말 많이 성장했다. 그리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생각만 많이 하지 않고 일단 시작해 보는 것. 미국간호사가 되는 것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도전을 앞둔 분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일단 시작하면 능력이 생기고, 해결할 길이 보인다.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 내가 찾아보지 않은 것이고, 그걸 찾는 시도를 하면서 나의 능력치는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루게 되면 누가 나에게 쥐어준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찾아내고 성취하게 된 결과로 인해서 나는 이전의 나와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이 길을 가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찾고 좀 더 명확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시작은 사소한 이유였으나,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분명 내가 그 많은 나라들 중 미국을 가야 하는 이유와 그곳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단지 간호사라는 직업과 관련된 것뿐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일을 위해 내가 쓰이기 위함인지를 찾아가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모든 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하게는 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태어나서 다시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든, 찾지 못하든 나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싶다. 이 길을 택하고 걸어오는 동안 가장 확실하게 나에게 다가온 느낌이 하나 있는데,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고 특별하며 대단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니 나부터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그래야지만 나를 비롯한 가족과 이웃, 타인을 함께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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