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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간호사 Sophia Jul 08. 2024

두 번째 미국생활

너낌이 다르네!

드디어 14년 만에 다시 미국땅을 밟았다. 그리고 나는 처음 미국에 왔던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1. 간호대 학생이었던 나는 이제 한국과 미국의 뉴욕과 미시간주, 2개 주의 면허를 가진 간호사가 되었고

2. 5년짜리 학생비자인 비이민비자소지자에서 10년짜리 영주권자가 되었다.

3. 처음에 와서는 돈을 쓰기만 했지만 이제는 달러를 버는 입장이 되었다.

4.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혼자 와서 미국을 경험했지만 이제는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 동안 햇빛을 쬐러 나와 벤치에 앉아서 글을 쓴다. 이 순간이 믿기지 않고 신기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만 사용하며 살던 내가 미국에서 영어로 밥벌이를 하다니! 아직은 독립한 것이 아니라서 내 힘으로 모든 걸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현실 같지 않은 기분이지만 이내 내 일상임을 깨닫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만족한다. 내가 겪은 일의 대부분은 미국으로 이민오는 모든 분들이 한 번쯤 겪었을 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는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만한 흔한 스토리이다. 그중에는 내가 좀 더 개고생(?) 한 경험들도 있긴 하지만 사람은 참 망각의 동물이라고 느끼는 것이 그 고생마저도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첫 인터내셔널 한국간호사로서, 그만큼 외롭기도 하고 환영받기도 하며 좌충우돌 지내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필리핀 간호사들이 여럿 있어서 같은 인터내셔널 레지던시 교육에 참여하게 해주는 등 배려를 받는 일이 감사하다.

예전에 미국에 왔을 때는 노스다코타주의 제임스타운에 있었는데 그곳은 캐나다 국경지역으로 미국에서도 중부에 속하며 겨울이 매우 추운 지역이었다. 그곳도 자연경관이 좋은 주였지만 가을과 겨울을 보냈던 터라 한국과 별다를 바 없는 날씨에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 미시간은 노스다코타와 같은 캐나다 국경지대이긴 하지만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동쪽에 위치해 있고 오대호가 흐르는 지역으로 여러 가지 야외활동을 하기에 매우 좋으며 특히 여름 날씨가 너무 좋다. 동물을 사랑하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주의 목표이기에 도심지에 가까운데도 다람쥐, 청설모, 마멋, 토끼 등이 집 마당에 돌아다니며 때로는 사슴과 엘크까지 볼 수 있는 자연 동물원 같은 동네이다.


미시간주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은 디트로이트인데, 포드자동차의 탄생지이기도 하고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가 있는 공업도시이기도 하다. 미시간 서쪽에는 한국기업인 엘지계열사도 있어 주재원이 꾸준히 드나들고, 미시간주립대학과 미시간대학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유학생들도 굉장히 많은 지역이다. H마트와 여러 한인마트가 있으며 아시안마트도 굉장히 흔해서 한국음식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며, BBQ 같은 한국치킨집도 있어서 미국생활을 각오했던 것이 머쓱하기도 했다. 아, 오늘도 한국마트에 장 보러 다녀왔다. 너무 가깝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대도시에서만 살았던 나에게는 뉴욕 같은 대도시의 복잡함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오히려 이곳은 더 좋은 인상을 주었다. 자연친화적인 거주지이면서도 한국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편리한 환경.


한국에서도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고,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오면서 필요한 물건을 되도록 최소한으로 소유하고 살아오는 삶을 지켜왔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드라이어가 없이 수건과 자연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고, 진공청소기 대신 빗자루와 걸레로, 옷과 신발은 단벌신사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한국간호사의 미국이민생활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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