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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ia Jan 26. 2024

잔소리 편지 - 10년 전 나에게

미래를 먼저 살아본 인생 선배가 자신에게 하는 말

To. 사업의 첫 실패를 맛본 너에게


마침 10년 전 너는 사업이라는 첫 실패를 경험할 그때구나. 


회사에서 팀장도 했고, 전국 워크숍도 다녀오고, 실적도 많이 쌓았던 시기였어.

아이들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웠고, 그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일은 잘 맞았어.


내가 만든 시간은 맞는데, 의도하고 만들어간 시간이 아니었다고 극구 부인하던 때였나 봐. 

그때의 넌 하고 있던 직업에 욕심도 애정도 별로 없었지? 


넌 분명히 빛나는 사람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는데 스스로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싶어. 

욱하는 감정을 현명하게 다스릴 줄도 몰랐고, 시련을 위기로 삼아 더 큰 성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기회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

비장한 각오로 커피점을 오픈했지. 생각해 보면 무모한 도전인데, 넌 멘땅에 헤딩하더라도 모든 과정을 혼자서 알아갔고, 오픈까지 무사히 마쳤어. 직접 만든 쿠키와 커피거품으로 하트까지 그려내며 커피집 사장으로서 정말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간과했던 건 너에겐 마케팅에 대한 마인드가 별로 없다는 점이야. 사업자 마인드보다는 근로자 혹은 공무원에 적합했던 성향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이 실패의 이유였을 거야. 

그때 깨달았던 건 사업을 하려면 보통의 준비로는 안된다는 것. 사업계획서 만으로도 미래를 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야 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지?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왜일까? 사는 게 급했던 거지. 평범하게 사는 게 쉽지 않았으니까.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도 몰랐고, 하루하루 뭔가 해결하기 바쁜 날들의 연속이라는 생각에 지쳐있었고, 나를 계발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그렇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게 아니라 옷과 단추가 전혀 맞지 않았어. 단추 없이 지퍼를 달았어야 할 옷을 억지로 단추구멍을 만든 게지. 그리고 그때 이미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어. 

어서 빨리 늙기만을 바랬던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10년 더 살아보니 넌 매일이 위기여도 잘 헤쳐나가는 힘이 있더라. 

한 번도 너를 포기하지 않았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 같은 절망적인 삶으로 너를 내몰지 않았고, 노년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준비를 잘해 나가고 있었어. 너의 능력은 네가 보는 것보다 훨씬 큰 사람이었어.


너를 둘러싼 환경은 네 힘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야. 모든 것을 버려야만 가능했던 거지.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의 각오로 버렸다면 바꿀 수 있을 거였어. 


10년 후 지금의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어 내 앞에 내어 놓았어. 그때의 내가 지금처럼 도전을 했었다면 아마도 5년 차 작가는 되어 있지 않았을까?

그때 <내 손 안의 책> 프로듀싱을 하면서 너는 너도 모르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몰랐어. 


작가는 수많은 책을 읽고, 습작을 거듭하여 준비된 자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나 따위가 어떻게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나 라며 저어했던 것 같아. 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거지.

아마도 내가 누군지, 내가 뭘 원하는지, 나다운 것이 뭔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어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그때 하지 못한 걸 할게. 

1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내게 "잘했다.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버킷리스트라는 것이 없이 살았던 내가 버킷리스트를 적었고, 하나씩 실행하고 있으니까

10년 동안 채우고, 성취해 나가려고 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서도,

맛을 전하는 사람으로서도,

감성을 전하는 사람으로서도 세상에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래.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나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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