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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Feb 08. 2024

30대 _ 가족에 대하여

서른 : 가족은 100% 복불복이다. 


가족은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평생을 함께 할 부모님과 형제자매는 애초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서른쯤 되어보니, 이렇게 어찌할 수 없는 태초의 운명이 하나의 인생을 얼마나 크게 흔들어 버릴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가끔씩은 무서울 따름. 


굳이 가정에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누군가는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는 환경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폭력과 비난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비관적으로 자라날 수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관계없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없으니 비슷한 상황에서는 부모의 성품과 인성이 크게 중요한 것 같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 마느냐의 차이. 


내가 세상에 던져질 때, 나는 운이 좋게도 완벽하지 않아도 모자람 없이 자라고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에 올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부족한 부분은 친구와 학교에서 그리고 책들 속에서 채워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모나지 않고 나만의 가치관과 중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내가 가진 능력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과 4형제는 모르는 것도 많고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서로를 생각하면서도 무엇이 진정으로 위하는 방법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고,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면서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고 좁혀나가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나 또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100% 마음에 드는 딸, 동생, 누나의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없기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포용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가깝게 지낼수록 경계가 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그래서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게 더욱 상처를 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에게 가족은 마음 편안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내 편'이 되는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 나름대로 성공적인 복불복(?)으로 나에게 가족은 '내가 믿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부분이 내 삶의 큰 밑거름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 실패해도 털고 일어날 수 있었고 계속 도전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


서른이 되어가니, 문득 나는 항상 '내 걱정'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 곁에는 건강한 부모님과 각자 잘 살고 있는 형제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 딱히 경제적으로도 부족함 없었기에 가족 중 누군가의 고민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참 운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4남매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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