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고른 이유
소설책은 금방 읽어버려서 돈 주고 사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끌리는 책은 사서 읽곤 하는데 이번에 고른 책이 그랬다. 다섯 번째 계절. N.K. 제 미신이라는 흑인 여성의 소설이다. 휴고상을 3년 연속받았다고 쓰여있었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한 상인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음 ,,, 그냥 뭔가 코로나도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여름철 장마를 겪고 나서 기후변화를 체감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구의 종말에 대해서, 그러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종말의 계절이 도래한 땅에서, 완전히 새로운 대서사시가 울려 퍼진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그래서 그냥 뭔가에 홀린 듯이 사버렸다.
2. 배경 및 사전 지식(?)
뭔가 세계관이 조금 복잡해서 미리 알고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해 스포 없이 배경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소설의 배경은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와 결이 조금 다르다. 지진과 화산 폭발의 위험이 도사린 소설 속 지구(?)는 계절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재앙을 기준으로 시대를 분류한다. 학교에선 이를 배우고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소설의 구성원은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진다. 추가적으로 스톤이터라는 괴생명체...( 아직 나도 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땅의 힘 이용할 수 있는 오로진과 이들을 관리하는 수호자 그리고 그냥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둔치들로 구성된다. 소설 속 세상의 마을은 향이라고 부르며 사람을 '쓰임새' 별로 구분한다.
대지에서 가장 큰 마을인 '유메네스'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오로진을 관리하는 '펄크럼'이라는 마을이 주 배경이다. 그 외에 주인공이 돌아다니는 마을이 또 나온다.
일반적으로 둔치인 사람들은 땅의 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오리진을 괴물이라고 여긴다. '흔들'이라고 불리는 지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로가'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향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나는데, 이들을 보호하며 특별한 능력을 교육하는 곳이 펄크럼이다.
3. 줄거리 (스포 없습니다)
재난이 생활이 된 세상에서 일반인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 사이의 대립이 존재한다. 계급이 나눠진 사회에서 핍박과 고통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 나간다. 주인공은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에 적응해나가면서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그런 식으로 600페이지가량 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이 빼곡히 펼쳐진다.
4. 감상평
소설은 그냥 느낌으로 고르면 거의 다 재밌었는데, 이건 그냥 재미있는 게 아니라 진짜 정말 재밌었다. 진짜로. ㅎㅎㅎㅎ 오랜만에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거의 해리포터 급 감정을 느낀 것 같다. (내가 진짜 웬만해서 해리포터를 건드리지 않는데... 이 정도는 정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는 뜻. ㅎㅎ)
우선 소설의 배경 및 세계관이 너무 촘촘하고 잘 짜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책의 끝부분에 계절에 대한 설명과 주요 단어 설명이 되어있는 부분에서 얼마나 작가가 소설의 기초작업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및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화와 상황 묘사를 읽다 보면 소름이 돋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며 안쓰러움과 함께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매력적이다.
마지막으로 반전의 재미가 엄청나다. 내가 '엄청난 반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소설의 세계관이 익숙하지 않아서 다음 부분을 예상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컸다. 어쨌든 나는 마지막 이야기가 하나가 될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앞에 주어진 떡밥들을 찾아보는데 또 한 시간을 쏟았다. ㅎㅎㅎ
나는 출퇴근하는 버스에서 책장을 넘겨가며 새로운 세상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지루할 뻔했던 시간에서 나의 상상력의 범위를 한 층 더 높여준 책에 감사하다. '부서진 대지' 시리즈는 총 3편까지 있는데 아직 마지막 편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다. 3편은 언제 기다리나...?... ㅠㅡ 2편을 샀지만 읽기가 무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