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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Jan 05. 2021

틀어진 인생의 즐거움

2020년도를 보내면서 나는 크리스마스를 혼자서 제대로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10월부터 크리스마스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연휴에는 '호캉스'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강릉에 동해바다가 훤히 보이는 좋은 숙소를 예약했다.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영화도 보고 브런치도 쓰고 음악도 크게 틀어놓을 수 있는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크리스마스만 기다렸다.., 


하지만 연휴가 다가올수록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1 천명씩 나왔고, 매일 아침 오는 재난문자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일과 가족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나는 예약한 숙소를 취소했다. 망할.... 진짜로... 이게 뭐야...  저번 때 브런치에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리라... 다짐했던 글이 처참하게 나를 비웃었다. 


https://brunch.co.kr/@rnfkekdmsy1ty/53


하지만 


일정이 틀어졌다고 그 날이 망하지는 않았다. 쉬는 동안 집에서 캐럴을 들으며 영화를 보고 책도 읽고 그냥 나름대로 나만의 하루를 꾸려나갔다. 무엇보다 연말에 좋은 노래를 선물해준 BTS의 지민, 태형의 Christmas love와 Snow flower 덕분에 오히려 매우 신났다. 좋아하는 가수의 멋진 노래를 들으며 강아지 목욕을 시켰고 내 방에 있는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춤추는 홈트를 열심히니까 땀이 엄청났다. 깨끗하게 씻고 가족과 둘러앉아 삼겹살 파티를 하면서 2020년도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봤다. 


딱히 나쁘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오히려 혼자 있는 것보다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크고 작은 계획들이 틀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상대적으로 잘 된 사람들이 눈에 띄고, 내가 하는 일들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나는 금방 좌절하고 우울해졌다. 괜히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짜증 나고 이것밖에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 여러 가지 직접 경험을 해보면서, 또 주변을 둘러보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보니 삶은 너무나 다양하고 세상의 길은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날 내가 세웠던 기존의 계획들은 더 다양하고 멋진 경험을 못하도록 스스로를 묶어놓는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실패에 조금 너그러워지기로 마음먹으면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실패가 새로운 문을 두드리는 발판이 되도록 끝까지 나만의 그림을 그려나가야지. 언젠가 완성될 그림을 상상하며 이번 연도도 즐겁게 살아가려고 한다. 



지금 내 삶은 어릴 적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완전한 어른일 것만 같았던 2021년의 나는 아직도 많은 것들에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완벽한 내가 아닐지라도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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