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것과 나는 좋은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것 중
더 위험한 것은?
<그러니까 내가 믿지 말라고 했지>
확신(確信): 굳게 믿음. 또는 그런 마음.
어려움은 그럴 때 찾아온다. 내가 믿던 게 흔들릴 때, 확고한 신념이 주저 앉을 때. 나는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야만 했는데...
위험하다, 위험해. 세상이 요지경인데 확실한 게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내가 자부해, 라고 할 만큼 확고부동한 믿음이랄 게 있냐고.
딱 보이는 만큼. 그럴 듯한 치장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면서- 누구 하나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은 못하지만, 괜찮은 사람인 척하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잖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중얼거리고 어디까지 상상할까.
좋은 사람이야, 그래야만 해. 책임 없는 선행, 강요하지 않은 도덕. 때로는 나만 옳다고 믿는 왜곡된 믿음이 누군가의 그럴 듯한 선량함을 무너뜨리지.
진짜 좋은 사람들은 말야,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을 리 없어. 장담할 리도 없어. 나의 좋음은 나의 좋음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나의 좋음이 너의 좋음이 되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해.
유효한 사랑. 진짜 사랑을 해 봤어? 그럴싸하게 하는 척 말고,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넘어서는 그것 말이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수 없어. 책임은 사랑 안에서만 온전할 수 있는데.
널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아. 너의 양면성, 너의 가식, 너의 고집, 너의 언어, 너의 몸짓, 너의 재능, 너의 노력, 너의 무지, 너의 자랑...
그 모든 게 날 좋은 사람일 수 없게 만들어. 네가 아무리 스스로를 확신해도 그걸 바라보는 난 좋은 사람이 될 수가 없어. 적어도 널 끝까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끝까지 가 보려고 해. 어쩌면 포기하지도 않고 애먼 사랑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내게도 좋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