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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Oct 23. 2024

열일곱 번째 재주넘기

- 커피에 관하여


커피를 마시게 된 후로 잠과의 관계가 뒤틀렸다. 잠은 쫓아야 마땅한 대상. 언제까지고 우린 잠을 물리치는 존재들. 어느새 매일 하루가 무사히 끝나기를 고대하는 직장인이 되었나!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퇴근하고 예쁜 카페에서 또 한 잔. 


이제는 잠을 쫓지 않아도 버릇처럼 커피를 찾는다. 커피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마치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처럼 기뻐 묻는다. 하루에 몇 잔 드세요? 오늘도 드셨어요? 


스물 여섯이 된 지금까지 커피 때문에 손해 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커피를 사는 기쁨, 먹는 기쁨, 가끔은 만드는 기쁨까지. 커피 없이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묻지 않고 그저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이 정말 좋으시네요... 


어쩌면 이 모든 건 내 체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루를 커피에 동냥하며 그것 없이는 안 될 거라고, 그래놓고 커피와 잠에 취한 대표님을 보면서 난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날들. 내 나이를 미리 겪은 언니 오빠들은 벌써부터 경고한다. 자기는 이제 커피 없이는 두통을 앓는다고, 그러다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고. 대표님도 나와 같은 때가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여기서 고백한다. 나는 분명한 커피 중독이다! 그리고 이제야 그 커피를 내려놓을 마음이 생겼다고. 내 아침을 커피에 의탁하고 오후에는 두통을 앓는 하루를 청산하고 말 테다. 그리하여 지금 내 곁에는 홍차가 놓여 있다. 아주 소량의 카페인은 없는 듯 쓸려내려갈 것이다... 


커피와 일상을 함께한 지 6년이 흘렀다. 정교한 라떼 아트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마셨던 따뜻한 라떼도, 얼음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던 아아도, 밤낮 가리지 않고 간식 대신 마셨던 카누도. 이제는 한발 멀리. 


하루에 한잔, 그거면 당장은 충분하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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