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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Oct 23. 2024

열여섯 번째 재주넘기

- 코모레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어둔 날 다 지나고>



어둔 날 다 지나고

그가 빛을 발하리


내 핸드폰 앨범에는 언제나 악보가 있다. 일주일마다 5편씩 더해지는 악보들이. 어떤 날엔 내가 악보를 뿌리는 사람이 되었다가 어떤 날엔 조용히 다운로드만 누르는 사람이 된다. 나와 함께 매주 악보를 갤러리에 저장하는 열 명 남짓의 파트너들이 있다. 우리는 매주 새로운 악보를 열심히 주고 받지만 결코 우리를 위한 무대는 만들지 않는다. 무대는 언제나 그분의 것.



다시 밤이 없겠고

햇빛도 쓸 데 없으리


태양을 무력하게 만드는 빛이 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빛이. 그저 눈을 감고도 저 멀리에 빛이 있다는 걸 깨닫고 만다. 단 한 점의 빛으로도 밤은 물러간다. 가만히 밤을 부끄럽게 하는 빛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내 속에 두고도 엄한 밤길을 헤매었다. 몇날 며칠을, 혹은 몇 년을 눈 뜬 장님으로 보내야 했다.



빛으로 비추시네

어둠이 드러나고


나를 미워하던 시선들, 판단하는 얼굴들이 실은 모두 거짓이었음을. 나를 시기하는 영혼들, 무시하는 뒷모습이 실은 모두 허상이었음을.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거짓이 없고 모순이 없음을. 생기가 피어난다. 다시 저물지 않을 빛이 돋아난다.



빛의 사자들이여

어서 가서 어둠을 물리치고


2박 3일의 수련회를 마쳤다. 맡은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동안 감정적으로 자주 무너졌다. 사람이 싫어서, 사람이 좋아서, 시간이 없어서, 시간을 잘못 써서, 체력이 없어서, 시선이 두려워서. 모든 걸 포기할 모든 이유가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은 건 빛을 알기 때문이다. 빛을 아는 사람은 완전한 어둠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갈 수 없다. 되돌아간다 해도 기어코 다시 발을 뻗게 되어 있다.


빛을 바라보던 중에 그림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빛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빛은 언제나 빛. 나는 언제까지고 그의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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