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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산톡톡 May 05. 2023

리추얼

나를 나답게 하는 자신만의 작은 '의식(Ritual)'


5월 5일 어린이날, 거실에 앉아 창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리추얼'을 읽었다.

'리추얼(Ritual)'이라는 제목과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라는 부제가 모두 무겁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쾌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지난 400년간 소설가, 철학자, 작곡가, 건축가, 과학자, 화가, 그리고 영화감독 등 다양한 예술가들은 언제 일어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창작활동을 했으며, 어느 시간대에 잠자리에 들었을까. 요약한다면, 그들의 '생활 습관'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161명의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몇몇 사례를 들어본다면 ...

애거사 크리스티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튼튼한 탁자와 타이프라이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일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했으며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들었다. 

윌리엄 개스는 매일 더럽고 썩은 곳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존 업다이크는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은 즐거움도 상당해서, 그런 즐거움을 만끽하기 시작하면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장미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움베르토 에코는 "아침 7시에 글을 쓰기 시작해 새벽 3시에 끝내며,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잠시 작업을 멈춘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토마스만은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눈을 떠서, 9시에 서재 문을 닫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한 구절 한 구절이 '투쟁'이었고, 하나하나의 수식어가 힘겨운 과정이었다"라고 토로했다.

'미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아침 식사가 끝나면 서재에서 두문불출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한동안 술에 의존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욕실 바닥에서 자면 수면제 효과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평일 내 생활습관은 어떨까. 리추얼(Ritual)에 나온 서술 형태로 정리해 본다.

- 보통 오전 4시 30분에서 50분 사이에 일어난다. 조용한 새벽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다. 5시 30분을 살짝 넘겨 집에서 나온다. 이른 시간의 광역버스는 쾌적하고, 또한 경쾌하게 달린다. 교통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6시 30분에서 6시 55분 사이 회사에 도착한다. 요즘에는 좀 늦춰보려고 노력 중인데 잘 안된다. (* 이게 자랑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 초등학생 이후 질병, 경조사, 재난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 7시에서 9시 사이. 사무실이 조용한 편이고, 전화가 걸려오지도 않기 때문에 일하기에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창의성 또는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 꼼꼼함이 필요한 검토 및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때 대부분 마무리한다. 회사 조식으로 '라면'이 나오는 목요일은 잠시 식당을 찾는다. 바빠도 12시 점심시간은 꼭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 오후 5시 전후. 일이 밀려 있지 않다고 판단되면, 잠시 회사 피트니스센터에 다녀온다. 20분 러닝 머신, 20분 자전거. 최소한의 체력 유지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그 시간대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 복잡한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에도 좋다. 주 3회는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야근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퇴근은 가급적 회사 통근버스를 이용한다. (회사에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저녁 술자리를 마다하는 편이 아니고, 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지만, 1년 반 전 '통풍'이 왔을 때를 상기하며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집에 도착하면, 가급적 업무와 무관한 다양한 주제의 책을 몇 페이지라도 읽는다. (예를 들이 지금 읽는 '리추얼' 같은...) 그러다 보면 슬슬 졸음이 오는데, 보통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잠이 든다. 

... 정리하고 나니 참 소박한 직장인의 삶이다. 

어쨌든 '리추얼'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일상을 엿보기에 좋은 삶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창의성을 쥐어짜내야 했던 그들도 참으로 피곤한 일상을 살았구나 싶을 때도 있다. 물론 가끔 진짜 천재들의 여유로운 삶의 사례들도 나오지만 말이다.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410여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161명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엿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할 만한 책!

#독서노트 #리추얼 #메이슨커리 #강주헌 #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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