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의 차디찬 비밀, 추악한 본성
장마를 알리는 빗님이 내리는 7월 중순의 주말 아침,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읽었다.
이 책은 조용한 마을과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저명한 정치가와 온정이 가득한 의사 등 평소에는 따스하거나 존경스러워 보이는 이웃들에 대한 '추악한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책 도입부에는 다소 불온해 보이거나, 문제가 가득해 보이는 이들이 어느덧 주인공이 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숨겨진 추악한 현실과, 그것이 드러났을 때 이들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근래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기교'가 매우 탁월한 책. 이런 소설은 도입부에서 나름 '나쁜 놈'을 상상해 보곤 하는데,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진범'이 뛰쳐나온다. 그 스케일도 꽤나 깊고 넓다.
무엇보다도 숨기고 싶은 '잘못'을 매개로 사람들이 어디까지 공조하고 타락할 수 있는지, 나아가 사람들이 '집단' 뒤로 숨을 때 얼마나 '어리석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도 든다. 소설은 소설뿐이겠지만, 왠지 우리의 최근 현실을 반추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은 ...
● 나쁜 놈과 좋은 사람의 구분은 때로는 모호하다.
● 그 선을 넘었을 때, 한순간의 실수라고 넘어가고, 덮어버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 가진 것이 많은 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다. 덮고 숨기다 보면 잘못이 더 큰 죄를 낳고, 결국 크나큰 폭탄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 그러니 너무 욕심부리지는 말고 착하게 살자!
● 마지막으로 약은 남용하지 말자.
범죄와 수사 과정을 다룬 소설인 만큼 폭력, 살인, 강간 그리고 불륜 등 잔혹하고 선정적인 표현이 자주 나온다. 서양인이 쓴 소설답게 '성'적인 가치관도 매우 개방적이다.
덥고 습한 여름 주말, 시원한 거실에서 슬슬 읽어내려가기에는 좋은 책. 다만 아이들에게는 권하기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