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면 이제 제법 따스해진 날씨에 봄이 왔음을 느끼게 되는 3월의 첫 번째 주말 '백제의 미소'를 읽었다.
이 책에서는 백제부흥운동의 마지막 거점인 임존성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다. 망국의 부활을 위해 분투하는 흑치상지와 지수신의 열정과, 민초로 살아가던 단과 연의 마지막 안타까운 천년의 사랑이 교차되어 표현된다.
하지만 역사와 같이 현실은 비정하다. 어처구니없는 내분으로 결국 영웅들은 분열하고 스러지며, 왕국을 되살리기 위한 불꽃도 꺼져진다. 임존성이 함락되며, 연인들도 끝없는 이별을 감내해야만 하는 비정한 현실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남은 이들은 그 땅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그 감정은 부처를 향한 예술로 승화된다.
뭐랄까, 백화점 같은 소설이다. 장대한 수식어와 표표한 문장으로 치열한 전투와 숭고한 영웅의식에, 지고한 사랑 그리고 종교와 예술로의 승화를 270여 페이지에 담아내려다 보니, 역사/전쟁/무협/사랑/종교(불교)/예술 소설이 섞인 느낌이다. 한 발만 나아가서 그러한 요소들이 잘 융합됐으면 좋겠는데, 이야기와 수식어, 그리고 문장들이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임존성 전투에 대한 묘사를 통해 백제 영웅들의 마지막 투혼을 드러내고자 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