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대에 직업이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아닌가. 국내 대기업과 실리콘밸리(미국/캐나다)를 수입으로 비교하면 어디가 더 나을까?
# 수입 항목
수입으로 간주할만한 항목이 다르므로 먼저 이를 짚고 가자. 계약금(Signing bonus)은 양쪽 다 합의하기 나름이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부분만 살펴본다.
미국/캐나다
- 연봉 (Annual base salary)
- 주식 (RSU: Restricted Stock Unit)
한국
- 연봉
- 성과급 (인센티브, 상여금 등등)
연봉은 거의 같은 개념이다. 1년간 지급받을 금액을 정하고 이를 월별로 나눠 세금을 제한 금액을 받는다. 재밌는 점은 캐나다나 미국의 기업은 월급보다는 2 주급 혹은 월 2회(semi-monthly)로 급여를 받는다. 돈 받는 날이 두 배이니 기분 좋은 날도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야호)
한국 기업은 개인이나 팀의 성과에 따라 정해진 횟수에 변동적인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는다. 내가 다닌 곳의 경우 기본적으로 연 3회, 개인의 성과에 대해서 +2회 정도 추가 지급되었는데 이는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캐나다의 경우 개발자는 대개 성과급이 없고 대신 회사의 주식을 준다. 연봉 협상 당시 금액/개수 기준으로 받을 주식을 정하며 1년에 4번 정도 나눠 받는다. 개수 기준이라면 주가에 상관없이 정해진 개수의 주식을 받는 것이고 금액 기준이라면 정해진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받는 것이라, 개수는 변동적이다. 받은 주식은 항상 팔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임직원이 거래할 수 있는 기간에 팔 수 있다. 열심히 일해 회사를 키워 주식 금액을 높이는 게 임직원에게도 회사에게도 좋은 것이다.
# 그래서 어디가 더 나은데?
절대적인 숫자로는 캐나다와 미국이 좋다. 간략히 얘기하면 세전 금액으로는 2배 정도, 세후 금액으로는 최소 1.5배는 될 것이다.
하지만 사는데 필요한 비용(Living cost)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은 주거비용이 한국에 비해 많이 들고, 외식이나 부대서비스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팁 문화도 한몫한다. 또 내가 사는 밴쿠버는 세율도 높은 편이라, 수입의 30%는 소득세(Income tax)로 날아간다. 살다 보니 지출을 아끼는 방법도 많은데 이는 차차 다른 글에서 공유토록 하겠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 물으신다면! 절대적인 숫자로도, 상대적인 숫자로도 캐나다/미국이 낫다. 다만 한국과 비교해 그 차이가 크진 않아 이민을 해서 겪는 어려움(외로움, 문화차이 등)이 크다면 이 부분이 상쇄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자로 이민을 한다고 해서 수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더 넓은 세상에서 경력을 쌓고 영어 스킬이 늘어나는 점 등 다른 부분을 고려해 이민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이민을 해서 얻는 다른 좋은 점들은 계속해 다음 글에서 풀어 볼 예정이다.
# 미국과 캐나다는 많이 다른가?
미국이 돈을 훨씬 많이 준다. 밴쿠버와 시애틀 기준으로는 시애틀이 세율이 낮아 세후 수입으로 보면 차이가 더 커진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도 미국으로 넘어가는 개발자들이 많다.
그럼 미국은 왜 돈을 많이 줄까? 당연히 사는 데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과 캐나다/미국을 비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미국과 캐나다 중 하나를 고르는 데는 다른 항목이 더 크게 작용하곤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이 직업의 기회가 훨씬 많다는 점, 진짜 실리콘밸리 안에서 부대끼며 일한다는 것 등. 반면에 미국으로 옮겼다가 치안 등의 이유로 캐나다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 부부도 미국행을 고려해 본 적이 있었다. 나도, 남편도 개발자라 미국으로 가면 수입이 늘어나는 폭이 두 배 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을 고려했을 때, 특히 어린아이를 키운다면 캐나다가 더 낫다는 판단이다.
캐나다에서 일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개발자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의 대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뿐 아니라 다른 복지도 포함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개발자가 상위평준화된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고 구직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훨씬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